예전에도 얘기 했지만 사람마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언어(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특히 부부 관계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RR에게는 '선물'이라는 언어를 통해 emotional tank가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쏘뤼;) 그래서 5월에 결혼기념일 & 12월에 생일, 일 년에 두 번 공식적으로 잘 준비해야하는 날에는 좀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장식 보면 살짝 긴장됨 ㄷㄷ)
5가지 사랑의 언어, 게리 채프먼 (링크: http://w-houston.com/xe/diary/89004 )
연애를 시작하는 시기, 즉 사랑에 빠져있는 시기에는 보통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서 채워주고자하는 마음이 샘솟지만, 평균적으로 2년이 넘어가면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삶을 살다보면 배우자의 need를 충족시키기 위해 연애할 때처럼 정성을 다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결혼하고 변했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듯.
테스타르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82, http://testardo.co.kr/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달달한 드라마에 빠져 연애하고 싶다고 투덜거리는 부분이 이해는 되면서도, 그런 일시적인 감정을 그리워하는 것보다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성숙한 사랑을, 의지를 가지고 해야될 때라고 straight하게 이야기했다가 안하느니 못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암튼 마음을 세심하게 읽고 한결같은 친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간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낭만적인 감정으로도 이어지고, 궁극적으론 영적인 성숙으로 이어지는 시작점)
아내와는 달리 나는 기념일에 제대로 챙김을 받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RR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정도로 준비를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연애할 때부터 벌써 10번째 함께 하는 생일, 훈련이 되고 있다. ㅎㅎ (꽁하지 않고 섭섭한 마음을 알려주는 용기 + 상대방의 언어로 사랑을 표현하는 노력이 핵심)
'사랑은 계속해서 학습되고 또 학습되어야 한다. 거기에는 끝이 없다', 캐서린 앤 포터
여기는 부산 송정에 오픈한지 몇 달 안된, 이탈리안 할아버지 쉐프님이 운영하는 테스타르도. 분위기도 좋고, 곳곳에 배치된 작품들(앞에 사진들에 나옴)이 레스토랑과 참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 특히 두번째 사진에 'Stars in the night sky'이라 이름 붙여진 (지중해의 밤하늘이 연상되는) 천장 조명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 오랜 만에 먹어보는 제대로된 파스타!! (사진은 '델라빌레')
테이블마다 오셔서 관심을 보이시는 조르지오 셰프님. (이안&유진이는 오실 때마다 얼어있음;;) '고집스럽다'는 레스토랑 이름답게 식재료 하나하나 신선하면서도 좋은 재료 만을 사용하는 것을 자부심으로 생각하신다고 한다. 파스타 같은 경우도 미리 만들어 놓는 일 없이, 주문을 받으면 그 때부터 요리를 시작하는 것부터 (그래서 오래 걸림;;)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원칙을 지키려는 면이 우리 부부가 각자의 분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닮아 더욱 마음이 갔다.
점점 인내심의 바닥이 들어나기 시작한 아이들. 이제 스마트폰이 활약할 시점이 왔다;; (다행히 아이들이 있다고 민폐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였다) 지금이 딱 좋은 귀여운 꼬맹이들.
메인 요리 나오기 전에 레몬 샤벳 맛에 깜놀! 입안을 기분 좋게 정리하고 먹은 스테이크도 역시 맛이 좋았고, 그 위에 올라간 소스도 범상치 않았다 +_+ 하지만 앞에 파스타의 임팩트(RR이 먹었던 '소렌토' 파스타도 완전 강추급)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는 듯. 다음에는 파스타 코스를 먹어봐야지 (제대로된 라자냐 먹기가 쉽지 않은데 왠지 이 곳에서는 만날 수 있을 듯 ← 메뉴도 정함;;)
이건 르꼬뺑에서 준비해온 크리스마스 케익. (선착순으로 미리 예약한 15명에게만 주는 사슴이 케익 위에 있다ㅎ) 메뉴 중 아주 찐한 초코렛 케익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시즌 요 크리스마스케익이 딱 내 스타일! (내 생일 케익도 아닌데 좋아하고 있음;;) 양해를 구하고, 선물 받은 초 & 성냥으로 불을 붙이고 함께 생일 축하 중. 초 3개 외에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ㅎㅎ
르꼬뺑, 울산광역시 남구 문수로435번길 6
2시간의 긴 식사를 마치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감사 인사 중. 76세(1940년)라고 하시니 아이들이 눈에 밟히실 것 같긴 한데 두 아이 다 낯을 많이 가려서 죄송했다;; 근데 정말 요리를 잘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외모와 태생(나폴리)이신 듯. 참으로 유리한 조건을 타고 나심 ㅎㅎ
아주 트렌디하거나 화려하고 세련된 음식은 아니지만 셰프 할아버지가 고집스럽게 지키고자 하는 요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지는 곳이기에 RR의 열번째 생일을 위한 레스토랑으로 딱이지 않았나 싶었다 :-D 그리고 정작 낳느라, 키우느라 고생한 건 부모님이라는 생각에 장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RR 꽃보다 더 풍성한 꽃다발을 배달시켰다. (배달 시간에 외출하셔서 조마조마 ㅎㅎ) 며느리가 평소에 시부모님 생각하는 것에 비하면 미흡하지만 이런 날이라도 ^^;
교제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남녀가 사랑에 빠진 상태(본능)에서 서로에게 잘하는 것도 좋지만, 오래된 연인이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사랑의 언어를 배우고, 그것을 자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의지(사랑하기로 결심하면 감정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선순환)가 훨씬 더 가치있고 중요한 것 같다. 아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느낄 수 있는 언어가 나에겐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지 확인했던 기회. (기말고사가 끝난 느낌;; 잘 본듯? ㅎㅎ)
SONY A7 II + Voigtlander Heliar 15mm + Carl Zeiss Sonnar T* 55mm
이건 작년 12월 생일 때 준비했던 카드. 내가 줄기는 곧고 잘 자랐지만 잎이 앙상한 나무라면 아내를 만나서 잎이 아주 풍성해졌다는 이미지가 번뜩 떠올라 이렇게 바느질을 했다. 저기 노란색실 두 개는 우리 나무를 찾아온 새 두 마리인데, 나무에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간다는 의미. 보기엔 아주 심플하지만 깊은 뜻이 담긴 2014, 백윤재 作처럼 ㅎㅎ 더욱 성숙하고 풍성한 나무가 되어 갔으면, 그리고 머물고 있는 꼬맹이들 떠나가기 전까지 든든한 사랑 안에서 잘 보살필 수 있기를!
너무 감동적이네요:)
오빠 예림이 덕분에 마니 성숙해지셨어용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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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맞아!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단계를 넘어, 노력해나가다보니 더 좋은 단계를 알아가는 것 같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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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다~ 섬세하고 배려깊은 남편이네...
작년의 카드는 정말... 우와~~이런 걸 생각하는 남편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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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들 생각은 있는데 그걸 표현으로, 또는 기록으로 옮기지 않아서 모르는 거 아닐까? 항상 그게 문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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