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때만해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대한 울렁증 때문에 자료를 정리하고, 발표자료를 만들지언정 발표자는 절대 안된다는 소신으로 잘 피해다녔는데, 공중보건의 때 마을을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할만하네?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초등학생들의 환호성과 싸인 요청을 잊을 수 없다! ㅎㅎ) 그리고 통합진료과에서 교수님들 지도하에 CP를 준비하고, 혼나는 과정을 통해 어떤 강의가 좋은 강의인지 많이 생각해보고 고민하게 되었고, 어떤 발표든 전달하고자 하는 확실한 '메세지'가 있어야 한다는 방교수님의 말씀을 항상 염두하여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수련 마치고 첫직장인 CK치과병원에서 위생사들을 상대로 '나는 이 진료를 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도와주세요'라는 의도로 1-2주에 한번씩 점심시간 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에 대해 교육시간을 가져왔는데, 그게 병원 전체 교육 시간으로 확대되기도 했었고, 이틀 전에 울산치과위생사협회 보수교육에서 '전신질환 환자의 치과치료시 고려사항' 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게 되었다. 우리 진료층 스텝 12명 앞이든, 이번 보수교육에 참석한 5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이든, 성의를 다해 발표를 준비하고, 준비한 것을 의도대로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긴장이 되는 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연세의료원의 치과 검진 및 치료가 필요한 병동환자들이 통합진료과로 refer되는 시스템 덕분에 전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접할 일이 많았고, 그로 인한 경험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참 재미있기가 어려운 전신질환이란 주제를 최대한 흥미롭게, 실제로 어떤 점을 조심해야하고, 환자 상황에 맞게 Risk & Benefit을 고려하여 치료계획을 어떻게 조정(Treatment Modification)해 나가야 하는지 풀어나가는데 초점을 맞췄다. (박교수님께 감사!) 그리고 무엇보다 치과에 온 환자들의 전신질환을 고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동기부여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강의를 진행하며 청중들의 분위기를 보니 초롱초롱 열심히 듣고 계신 분들이 많아 힘이 났음)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184205&plink=SEARCH&cooper=SBSNEWSSEARCH
대학병원이 아닌 곳에서 치과치료시 환자분이 가지고 있는 병력(Medical History)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고려해서 진료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필요한 검사를 해야 하는 수고도 부담이고, "치과 치료 한번 받는데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이야기를 해야되나요? 이 하나 뽑는데 편지를 가지고 가서 답장을 받아오라고요? 내가 책임질 테니 그냥 해주세요" 라는 태도의 환자들도 만나게 되고, "그렇게 유난스럽게 안해도 지금까지 진료하면서 문제 없었다"라는 의료진을 보기도 한다. 치과영역에서 전신질환을 고려하는 의료진(+환자)의 의식과 카시트를 사용하는 부모의 의식이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강의의 시작을 이 뉴스로 시작했다.
아이들은 카시트에 앉혀야 된다는 거 알고는 있지만, 앉아있기 싫어한다는 이유든 비용적인 부담이든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많고, 그러한 안전의식의 영향으로 교통사고가 났을 때의 사망률이 높다는 내용. 내가 운전하는 차가 사고나는 일은 드물겠지하는 생각에 당장 편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다른 강의 때도 여러번 인용했지만 사실 세월호 사건도, 메르스 사태도 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결과가 당장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원칙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잘못된 관행을 따르지 않은 용기"가 어떤 분야든 절실하게 필요한 것 같다. (강의 전날, 졸립다고 협조도 많이 떨어지는 중에 겨우 찍은 사진 ㅎㅎ)
삶을 돌아보면, 실제로 일어난 사고들보다 일어날 뻔한 사고들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이안이 때 진통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가다 눈길에 미끄러져 죽을 뻔한 이야기를 예시로 +_+) 이것을 단순히 운이 좋았다라고 여길 것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분의 도우심, 즉 은혜라고 생각하고 감사할 것인지, 그 가치관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감사의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안전하게 진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성실함과 수고를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고,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도전했다. 그리고 부모로서 아이들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울고 싫어하고와 상관없이 항상 카시트를 이용했고, 이제는 이렇게 잘 탄다는 사진으로 강의를 마무리.
시간 관계상 심장질환(허혈성심질환, 심장판막증, 부정맥),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임신&수유에 대한 내용까지만 준비해서 말씀드렸는데(한번에 소화하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인듯?;;) 강의 내용을 디테일하게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작년에 스탭들을 대상으로 전신질환 시험을 봤었는데 다들 열심히 공부해서 뿌듯했던 경험) 더 중요한 건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2014년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 12.7%) 연세 드신 분들이 많아지는 만큼 치과에 내원하는 전신질환자의 비중이 늘고 있는 상황임을 잘 인지하고, 원칙대로 진료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것. 그 메세지를 전하기 위한 강의였다. 잘 전달이 되었으려나?
SONY A7 II + Voigtlander Heliar 1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