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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담아두기

할아버지

2009.Oct.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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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화요일(22일) 오후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 올 시간대가 아닌데 하는 생각과 함께 할아버지와 관련된 내용이겠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위급하시니 올라와야 겠다는 말씀을 듣고 바로 짐을 싸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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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까지 아직 반이나 더 남았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해남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유난히 멀게 느껴지면서도

이런저런 드는 생각에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일주일 전에 RR이와 함께 반나절 동안 할아버지 옆에서 간호를 해드렸는데.  

그 다음날 부터 병세가 많이 안좋아지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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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에 물이 차고, 신장이 기능을 하지 않아 한 달 전부터 강남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계셨다. 가족들이 돌아가며 간호를 해드리며

할아버지 삶의 마지막을 함께 해드렸는데 장손은 그러지 못해 아쉬웠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손자가 결혼을 하는 것을 보시고

(결혼식에 참석하진 못하셨다),  손주며느리를 짧은 시간이나마 많이 이뻐하셨던 몇 달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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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가족의 장례식은 처음이었는데 그동안 고생하시다가 하나님 곁으로 가셨다는 마음에 슬픔보다는 

조문오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와 무엇보다 우리 가족들의 하나됨으로 참 의미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바쁘게 사느라 명절 때에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하루종일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듯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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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 돌아가셔서 4일장을 하려고 하자 주위에서 너무 무리라고 다들 말리셨다고 한다. 

직접 경험해보니 말릴 만 할 하더라;; 아침 7시부터 밤 1시까지 서서 인사를 드리다 보니(하루는 잠을 자보기도 하고)

발 & 어깨 & 목 통증 세트로 본3 때 원내생이 되어 하루종일 병원 로테이션 돌 때보다 훨씬 빡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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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영정사진을 들고 장지로 향하는 길, 슬퍼하시는 분들, 그리고 뒤 따라오는 할아버지의 관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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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 할아버지 병실에 갔을 때 식사를 하기 힘든 할아버지를 위해 RR이가 해남 고구마로 고구마죽을 만들어서 가지고 갔는데  

손주며느리가 만들어온 죽을 너무나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음식을 잘 한다는 RR이의 말에 '먹어봐야 알지~' 그리고

얼릉 나아서 추석 때 드셔보겠다는 할아버지다운 말씀이 자꾸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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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공원묘지로 향하는 길. 케딜락 장의차를 처음 타봤는데 승차감이 장난아니였다 +_+ 

할아버지도 편하셨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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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는 한 명 밖에 없고 손자들만 바글바글한 집;; 민재와 경욱이는 운구, 영재형은 사진,

(영국에서 날라온)경조는 캠코더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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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시기 일 주일 전 병세가 악화되면서부터 입원실 흰 벽에 종종 성화가 보인다고 말씀하셨다는 걸 들었다.

흰 벽에 성화가 그려져 있는데 왜 그 위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놨냐고. (별로 잘 그린 그림은 아니라는 비평도 함께;;)  

지금은 흰색 페인트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하나님을 대면하고 계실 꺼란 확신에 한 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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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이 없이 하시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누리고 가셨다고.

복이 많으신 분이라고. 주위에서 진심으로 할아버지의 삶을 축복하시는 말씀에

아쉬우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보내드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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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보단 60년이 넘게 함께 지내던 배우자를 보내신 할머니가 걱정이지.

무엇보다 마음을 강건하게 하시고 앞으로 사실 집을 포함한 여러가지 행정적인 일이 잘 처리되길 위해 기도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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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모두 마치고 그 다음날, 가족들이 함께 탈 수 있는 큰 차를 렌트해서 천안공원묘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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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차로 함께 가다보니 다녀오는 길이 전혀 멀게 느껴지지 않고 좋았다.

(버스 전용차로를 누비며 상대적인 행복감을 누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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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좋아하실 만한 점잖은 색의 조화를 RR이와 신사동을 돌아다니며 미리 준비해 왔지. (중간에 있는 꽃은 운구차에 붙어있던 생화)

천안공원묘원으로 오는 길에 팔던 총천연색을 넘어서 형광색에 가까웠던 조화들을 샀더라면 무덤에서 뛰쳐 나오실 꺼라고 입을 모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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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에 가족들이 이렇게 모여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귀한 날이었다.  

할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우리 가족에 끼친 영향을 듣고 되돌아보면서,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그 영향이 지금의 우리 가족을 있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할 부분은 감사하고, 새롭게 변화되어야 할 부분은 좀 더 우리 가족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될 수 있도록 의연하게 변화되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요 몇 주 동안 많은 생각을 해야될 일이 있었는데

(결혼해서 독립한 아들&남편으로서) 참 쉽지 않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더라.

앞으로도 겪어야 할 많은 삶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야할 여지가 많은 것이 두렵기도, 설레이기도 하다~   

 

 

 

photo by 영재형 & houston 

 

 

댓글(2)

  • 2009.10.07 15:19  Reply

    오빠 큰일을 치루셨네요. 전 초등학교 6학년때, 권사님이었던 외할머니를 보내는 게 슬프기만 했었는데.

    할머니의 신앙의 유산을 엄마를 통해 받았단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져요.

     

    맨 마지막 단락의 오빠의 솔직한 고백이, 알 것도 같으면서도 뭔가 다 표현되지 않아서 더 기도로 함께 할께요 :)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댓글 수정 삭제

  • 윤아
    2009.10.08 15:29  Reply

    고마워~ 되도록이면 솔직히 다 적고 싶은데 이렇게 오픈된 곳에서는 말을 아껴야할 경우가 꽤 있겠더라고~ ㅎ

    새로운 경험들을 직면하고 내 생각과 감정들을 그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이 머리가 터질랑말랑 힘들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멀리 봤을 때 의와 평강의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이니깐~ 너도 쌍둥이들을 통해 더욱 하나님의 사람다워질 꺼라 믿어. 힘내!! 

    댓글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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