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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담아두기

다윗

2006.Sep.30

옛날 이야기 하나 해줄까?
매주 할머니댁에 가면 할머니께서는 성경 말씀으로 옛날 이야기를 해주셨다.
(덕분에 주일학교 성경퀴즈 대회에서 1등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ㅎㅎ)
잘 기억은 안나지만 역시 다윗에 대해 가장 자주 들었던 것 같아서인지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이미지가 그 시절 어린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 같다 -_-

저번 달부터 사무엘하 말씀으로 QT(Quiet Time의 약자로 성경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말한다)를
했는데 그냥 단순하게 알고 있던 다윗에 대한 이야기가 내 생각과 생활에 꽤 큰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을 나누고 싶어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는 수식어처럼 하나님이 보시기에 큰 사람이었지만 그의 삶이 항상 완벽했던 것은
아니였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다 이루셨다는 것(사도행전 13:22~23)에 초점을 맞춰서~

하나님은 나의 '피난처'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쫓기는 생활에 익숙했던 다윗이 드디어 왕위에 올라
안정된 생활을 하기 시작했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죄를 짓게 된다. 충직한 부하인 우리아의 부인(밧세바)과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심지어 우리아를 죽을 것이 확실한 전쟁터에 보내 죽인 후 밧세바와 결혼한다. 나단을 통해 그의 죄를
철저하게 깨닫게 하신 덕분에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게 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다음부터.

200605tree.jpg

죄를 지으면 예수님한테 용서해달라고 기도하면 땡인 거라며? 가끔 기독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야기 중에
듣게 되는 이야기. 맞으면서도 틀린 이야기. 강간죄와 살인죄를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던 다윗을 하나님께서는 용서하셨지만 이 시점부터 다윗의 삶에 온갖 최악의 상황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보통 우리 삶에 고통은 죄와 하나님의 자비가 복잡하게 엉켜 그 인과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사무엘하 말씀은 다윗의 죄에서 모든 비극적인 상황이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밖에 없게끔
그 연고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 사랑의 하나님이시기도 하지만 공의의 하나님이시거든. 하고 알 수 밖에 없게끔.

그렇게 무서운 하나님이라면 차라리 하나님 없이 편하게 살고 싶어. 얼마전 우리 작년 GBS 모임에서 영기형이 했던 말.
그 결과가 두려움에 떨게 할 만큼 그 책임을 지게 하신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하나님의 속성이 워낙
죄에 대해 무섭도록 단호하신 걸. 하지만 나의 죄가 무엇이고, 죄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분명하게 깨닫게 되면
될 수록 반대로 하나님의 은혜가, 예수님의 십자가의 은혜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게 되는 걸요. 하고 대답했다.

다윗 이야기는 '복음 이야기'다. 다윗 스스로는 결코 할 수 없었을 일을 하나님이 다윗을 위해 행하시는 이야기.
죄인(이 글에서 말하는 죄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하나님이 아니라 내 맘대로 사는 거)이 구원을 받는 이야기.
죄는 용서를 받았지만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던 다윗이 그 고통 중에 다시 겸손을 회복하고, 자신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이 모습을 본문에서 찾는 게 얼마나 잼있던지^^) 광야에서 간절히 그분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간구했던 다윗의 다윗다움. 그리고 하나님의 하나님되심.(난 내가 누군지 분명히 알고 있어선지 이 표현을 참 좋아한다)

큰 잘못으로 인해, 광야 생활을 통해 다시 다윗다움을 회복했지만 다윗은 또 실수하고 죄를 범하고 (이 얼마나
현실적인가>_<) 징계를 받는다. but 징계는 결코 저주가 아니라 하나님의 또다른 사랑의 표현이라는 거. 마치 부모와
자식 관계처럼. 영원한 사랑을 받는 사람은 그 사랑에 합당한 노력을 시도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의미없이 헛도는 것이 아니라 더 정결해지고 더 성숙해지는 연단의 과정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크신 뜻(다윗 언약)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거. 다윗의 삶. 인간으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장한다는 것이 이런 것 아닐까.

다윗을 왕으로 세우시고 증거하여 가라사대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만나니 내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 내 뜻을 다
이루게 하리라 하시더니 하나님이 약속하신대로 이 사람의 씨에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구주를 세우셨으니 곧 예수라
사도행전 13:22~23

댓글(10)

  • 2006.10.03 19:25  Reply
    히햐~요즘 저희 대학부에서 다루는 책이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유진 피터슨"이거든요.
    첫 도입구가 이래요. "우리 어머니는 이야기꾼이셨다. 내게 다윗 이야기를 처음 들려주신 분도 어머니였다."....ㅎ 아무래도 유진 할아버지와 영성이 통하셨나봐요~^^
    다윗. 2년 전만 해도 '약은 사람' 같아서 싫어했더랬는데, 하나님 앞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그분의 모습에, 제 교만한 판단을 회개했더랍니다. ㅠ ㅜ
    이부자리에서 들려 주시던 할머니와 엄마 아빠의 성경 이야기가 많이 그리워집니다.
    개인적으로 "사무엘아~사무엘아~" 부르는 사무엘이야기가 제일 좋았는데,
    달고 오묘한 그 말씀...그 찬양 그대로 언제나 말씀 가운데 살았으면 좋겠어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댓글 수정 삭제

  • 2006.10.04 09:14  Reply
    옛날 이야기 하나 해줄까? -> 이 시작도 멋있고 끝까지 멋진 글.
    윤재~ 얼.

    댓글 수정 삭제

  • 2006.10.04 19:47  Reply
    링컨도 어릴적 엄마가 성경이야기를 해준게 커서..큰 도움이 되었다는데..
    울 아빤..맨날 청개구리 이야기만 재탕삼탕해주셨는데.......
    그래서 나랑 윤재가 다른거였어--;;; 은혜로운 글과 사뭇 (안)어울리는 리플

    댓글 수정 삭제

  • 2006.10.05 08:24  Reply
    우리 아빠는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얘기만 해줬는데 심지어 나는 그마저도 들을때 마다 새로웠지... 그래서 정화 넌 나랑 같은 거였어 -.-;; 싫어??

    댓글 수정 삭제

  • 2006.10.05 11:58  Reply
    와. 그 책 나의 favorite! 4년 전 PBS GBS에서 읽었었는데 narrative 장르의 책을 어떻게
    읽고 묵상하면 좋은지 큰 도움이 되었어. 유진 피터슨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거지 ^^

    ㅎㅎ 나도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잼있게 듣던 생각난다 (우리 할머니는 정말 이야기를
    잼있게 하시는 은사) 고마워~

    할머니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 근데 너랑 내가 모가 다르냐;;

    댓글 수정 삭제

  • 2006.10.09 11:56  Reply
    "난 내가 누군지 분명히 알고 있어선지..." ->나는 왜 이 부분이 가장 와닿지..--a
    나는 나를 속이고 사나;;이 구절이 내게 도전이 되네..:)
    엉뚱한데서 은혜받고 가네ㅎㅎ

    댓글 수정 삭제

  • 2006.10.09 20:24  Reply
    나도 '난 내가 누군지 분명히 알고 있어선지"가 와닿았는데 ㅋ
    하나님되심..
    오랜만에 들러 은혜 가지고 가요~
    (곳곳이 교회사람 아닌 이들을 위한 배려^^)

    댓글 수정 삭제

  • 2006.10.10 02:30  Reply
    ㅎㅎ 이 글의 주제과는 살짝 다른 이야기였지만. 너답게 잘 살자.

    ^^ 요즘 부쩍 그럴 필요성을 느껴서~

    댓글 수정 삭제

  • 2006.11.06 14:24  Reply
    헛 퍼가도 되나요 ㅋㅋ

    댓글 수정 삭제

  • 2006.11.07 01:56  Reply
    오 어디에 쓰려고? ㅎㅎ 오케이~

    댓글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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