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넓은 러시아 땅 스파스크 마을에서 우리를 제외한 유일한 한국인이 목사님으로 계신다는 그 교회
Христианская Пресвитерианская Церковь СИОН (흐리스티안스카야 쁘레스비테리안스카야 쩨르코비 '시온') 을
겨우 겨우 찾아 낸 후 감격에 겨운 기쁨에 찍은 사진.
사실 우리보다 목사님이 더 놀라신 것 같았다. 18년 동안 여기 계시면서 이렇게 찾아온 한국인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by Rollei 35TE
교인의 대부분이 고려인들(고려사람)이고 네 분 정도가 러시아분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 교회에서 자란 청년들이 10명 이상이고 대부분이 이 교회에 10년 이상 나오신 분들이다.
교인 20~25명이 매주 나오고 교회가 가득찰 정도가 되어 올해에 새 교회건물 건축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이 곳에서 18년간 목회를 하셨다는 한국인 목사님 가정을 통해 이 곳에서는 아직도 믿음의 청년들과 교인들이 예배 드릴 수 있다.
또한 그렇게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 교회를 지켜오셨기에..
우리 가정이 이 곳에 나와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ㅠ
교회 마당에서 키운 야채로 선교사님께서 만들어주신 반찬을 또 우리에게 주셔서 이 곳의 따뜻한 정을 더욱 느끼며 지난 겨울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 곳에서 러시아어도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가 어떻게 섬길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해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 매 주일 교회에 나가 예배드리는 우리가..
이 넓은 러시아 땅에서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한국인 목사님께서 섬기시는 그 교회로 우리를 인도하심이 정말 놀랍다.
처음엔 아직 해도 뜨지 않는 어둡고 추운(영하20도 이하..) 길을 걸어간다는게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더욱 큰 기쁨과 감사가 있었기에 그 날 주일 하루도 그렇게 예배하며 보낼 수 있었다.
집을 나선지 1분.
아침 해가 떠오른다. 그 열기가 이 추위에도 얼굴에 전해지는게 느껴진다.
얼마전 재래시장에서 장보는데 열중하다가 그만 아이폰 터치가 되는 장갑 한 짝을 분실한 이나.
어떻게 생각해도.. 지나가는 러시아 사람들이 보면 우리는 이상한 사람이다.
이 추위에 사진도 찍고 있으니..
5분. 아직 명랑한 표정과 동작을 보여주는 아내님.(아웃 오브 포커싱된지도 모른채..)
스파스크 마을에 주일 아침이 밝아온다.
달은 아직 아침이 아쉬운가 보다.
이곳이 메인 도로임을 보여주는 노란 마름모 표지판.
멋진 일출을 동네에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이곳의 겨울 공기는 차지만 맑다.
하지만 집집마다 굴뚝에서 나무와 석탄을 떼고 있어서 지표면 위의 우리는 숨쉬기가 쉽지만은 않다.
15분. 교회를 향한 힘찬 발걸음. 예배를 향한 우리의 매일의 발걸음이길..
빛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지만..
아직 이 세상의 추위는 우리를 움츠려들게 한다.
20분. 아직 8분정도 더 걸어야 교회가 나오는데.. 벌써 머리카락과 눈썹이 얼어붙고있다.ㅠ
이후에는 손이 얼어서 더이상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열심히 교회를 향해 가는 수 밖에..
그렇게 감사히 예배를 드리고~
지난주에 약속한 대로 고려인 성도분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오늘은 그 집에 가서 키우는 돼지의 중성화 수술을 해주게 되었다.
드디어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과연 섬김이 되느냐 민폐를 끼치느냐..
나는 수술 준비를 하는 동안.
아내는 비닐 하우스 안의 파란 눈을 가진 러시아 똥강아지 녀석과 함께 숨바꼭질.
연해주에서 비닐 하우스가 있는 집은 거의 고려인들이 산다. 몇몇은 중국인들.
보통 3~5일령에 캐스트레이션을 하고, 특별히 지혈이 필요없어 처치가 쉽다.
그런데 집에서 키우는 돼지라 4개월령이어서 지혈이 가장 큰 문제인데.. 다행히 동물병원에서 사 온 지혈제가 있었다.
오랜만에 수술급 캐스트레이션이라 나도 긴장.
정말 오랜만에 잡아 본 스칼펠. 어설픈 그립 좀 보시게.ㅠ
3분이서 잡아주셔서 다행이었지만.. 여러명이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감.ㅠ
끙. 쉽진 않았지만.. 다행히 무사히 마치고, 다음주에 돼지가 두마리 다 잘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난로가 있는 비닐하우스 안 땅 속에 저렇게 우리를 만들어 추운겨울도 날 수 있다.
먼저 수술을 끝낸 녀석은 보기엔 작아보여도 40kg 정도. 힘든 수술이었다. 소중한 경험 했어 덕분에..
50여분동안 수술을 마치고 목사님 가족분들과 고려인 가족분들 모여 앉아 직접 만들어주신 따끈한 호빵을 김치와 함께 냠냠.
직접 만들어주신 피자도 먹고.. 간만에 포식.^^
내가 한 건 별 것 아닌데 너무나 환대해주시고 대접해주셔서 몸 둘 바 모름. 비싼 선물용 초콜렛도 주시고..
다행히 우리도 조그만 선물을 준비해가길 다행.ㅋ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무섭게 군다던 녀석이. 꼬리치며 이러고 있다. 언제 봤다고..
내가 칼 든 걸 본 건가?ㅎㅎ
식사 내내 우리 발 밑을 요리조리 다니며 음식 구걸하던 녀석.
집 밖을 나갈 땐 신발도 신는 고품있는 강아지.
사실 이 집에는 토끼도 있고,
집안에 사는 고양이도 있고.
비닐 하우스에 사는 화상 입은 고양이와 강아지 녀석도 있었다.
닭도 키웠었나..
암튼 동물농장 수준.ㅋ
여기 러시아도 애견 인구가 상당히 많다.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물론 떠돌이 강아지나 고양이도 많다.
어느 집 앞에 폐 타이어로 만들어 놓은 백조 장식.
알고 보니 이렇게 만들어서 꾸며놓은 곳이 여기저기 많았다.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도?..
이렇게 주일을 간만에 집 밖에서 의미 있게 보내고,
한 20분 아내와 함께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집에 가는 길에 보이는 곳곳의 러시아 땅집들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었는데..
그 사진들은 다음 기회에 올려 보도록 하겠다.
이 게시물을 포스팅 하는 것도 정말 쉽지 않았다.
인터넷이 끊겨서 오늘도 아이폰 인터넷을 끌어다가 인내심 테스트하며 올린다.ㅡ,.ㅡ
이제 지쳐서 글을 올린 후에 다시 확인도 못할 것 같다.
사진이 깨지거나
문제 있으면 알려주세요.
by Sigma DP2 (첫 사진 제외.)
동구야 너무 멋지게 산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서 그런지 이나 얼굴이 빛이 나네^^
너 수술하는 모습도 너무 멋지공. 아웃오브 포커싱 너무 웃겨. 여전히 발랄한 아내님 평생 발랄하시길.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