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러시아도 이제는 봄이 다가옴을 느낀다.
벌써 3월 1일 이군..
여기서 만난 많은 분들이 5월까지는 마음 놓기 힘들고..
중앙난방이 약해지면서 더 추울 수도 있다고 하였다.
어제는 낮 기온이 처음으로 영상을 기록하며 바람도 많이 불어서..
겨우내 농장에 쌓였던 눈을 급히 녹여내리고 바닥의 검은 땅을 들추어내고 있다.
러시아의 겨울에 처음 이 곳에 와서 잔뜩 낯설고 경계심이 든 상태였지만
오히려 눈으로 덮힌 풍경과 광활한 대지의 자연을 보며 그 순수함만이 부각되어서 였을까..
급히 녹아내린 쌓인 눈들은 거무죽죽한 어두운 그림자를 들어내며 부드럽던 그 그림자까지도 날카롭게 만든다.
농장에서 퇴근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 스파스크 시내(내가 사는 도시)에 들어오면 더욱 눈이 많이 녹은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새하얗게 덮혀 아름다워 보이던 도시가 검은 흙탕물을 튀기며 그것을 피해가야만 하는 곳으로 변해 있었다.
봄이 되면 집집마다 농장의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할 만큼 눈 녹은게 지저분해져서 보기 흉하다던 통역분의 몇일 전 말과 같이..
이 도시의 땅집(간단히 채소를 일굴 수 있는 밭이 딸린 단독주택)들 사이 길에도
정말 사람들이 통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검은 물웅덩이가 길 양쪽의 눈더미 사이에 크게 생겨서 사람이 장화 없이는 다닐 수 없어 보인다.
버스를 내려 마가진(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무와 설탕을 사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여기와서 가장 늦게 집에 도착한 듯.
8시인데 벌써 주위가 어둑어둑해져 있다.
눈이 녹아 드러난 길 가엔 지금까지 안 보이던 쓰레기들이 많이 보인다.
물론 여기서 만난 선교사님들이 말씀하신 대로 눈이 녹으니 각종 쓰레기들이 보이는데,,
아직까지 사람 시체(겨우내 취객이나 노숙자 또는.. 마선생님들께 당한 사람들)는 보지 못했으니 다행이다.
처음엔 모든게 신기하고 새롭고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보려고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들어 이 곳의 어두움과 아픔에 직면한다.
2달이 갓 넘었는데 이 곳의 아픔과 어둔 현실이 내 삶 가운데 들어와 너무 아프다.
그래서 그렇게 힘들었나 보다.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그러다 머리가 꽝!!
언제나 영적인싸움 가운데 나를 징계하시며 깨우시는 주님의 섭리.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늘의 풍경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에 내제된 두려움과 꾀는 영이 내 눈을 어둡게 하고, 마음을 미혹케 하였던 것을.. 이제 안다.
여기 봄은 까맣다고 한다. 그러다가 5월이 되면 잠깐 꽃이 곳곳에 만개해서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고는 한국보다 더 더운 여름이 찾아온단다.
이제는 까만 봄 가운데 꽃을 피우기 위해 나아가야 겠다.
꽃을 피우자.
그 후에는 열매가 있으리. (물론 몇 식물은 열매 후에 꽃이 피는 특이한 녀석들도 있지만..)
그 시작은 예배.
오늘 처음 이 곳에 와서 가정 예배를 드렸다.
감사한 하루.
오늘도 그렇게 나는 주님께 나아가 쉼을 얻는다.
그 보혈이, 날 구원하신 기쁨이 나를 오늘도 살게 한다.
북한 땅에 자유의 봄을.. 나로 부터 시작되리.
모두가 그렇게 어두운 세상 가운데 꽃 피우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Sigma Dp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