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부여의 한우농장 컨설팅으로 자주 방문하다가..
7월 어느날 한 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이 생겼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연못인 연꽃이 있는 궁남지로 향했다.
부여시내에 위치해있어 접근성도 좋았고 식사 후 잠깐 짬 시간에 들릴 수 있는 곳이었고,
거기다 연꽃 축제가 시작된 시점이라 연꽃이 절정에 달해 있었다.
사실 2011년 올해 여름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개구리들의 생활권과 내 생활권이 많이 겹치면서 그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자주 꿈꿔왔던 그 모습이 현실화 되어 즐거운 순간이었다.
양돈장 실습을 간 충북 괴산과 청원은 개구리들의 천국이었다.
습한 콘크리트 수로에 숨어있던 손바닥만한 참개구리 완성체 3마리의 등장과..
산개구리 성체의 이렇게나 크고 멋진 모습과 그에 걸맞는 놀랄만한 위장술과 도피능력에 대해 감탄하게 된 경험.
그리고 청개구리의 변화 무쌍한 변색 능력에 대한 관찰은 참 놀라운 경험으로 기억된다.
아쉽게도 위의 내용은 아이폰 사진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렇게 Sigma DP2를 들고 궁남지 산책이 시작되었다.
궁남지를 찾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다른 목적을 가진 내가 마이크로 한 세계를 비추기 위해 몸을 낮추고 바쁘게 발과 시선을 움직였다.
도착하자마자 흥분한 마음에 발견한 녀석이 '금개구리'인줄로 섣불리 판단하고 너무나 좋아했던 순간.
나중에 한국 양서류 보호 카페에서 전문가들의 사진들을 관찰한 결과 금개구리가 아니라 참개구리의 어린 개체인 것을 알게 되었다.
대실망.
아쉽게도 한국산 금개구리 관찰은 내년으로 미루어야 했다.ㅠ
개구리들은 위협을 느끼면 한동안 움직이지 못한다. 뒷다리에 모든 힘을 모아둔 채..
난 오묘한 그린 색과 물방울의 표면장력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세계의 찰나를 보고싶을 뿐이야. 쫄지마 어린녀석.
내가 한 눈 판 사이. 재빨리 피해서 위장을 하였으나..
나에게 개구리를 찾는 식스센스가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ㅋㅋ
한국의 금개구리를 찾아서..
잠깐 시야를 높여서 연못을 탐색중.
궁남지를 찾은 일반 사람들의 시선.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사진이 너무 개인적인 취향 쪽으로만 흐르는 듯 하여..
아름다운 연꽃들이 만개하였습니다~
연잎 위에는 저렇게 물방울이 동그랗게 고여 있습니다.
궁남지를 걸어다니며 눈도 즐거웠지만..
바람과 함께 연잎들이 흔들리며 물방울들을 조르륵 다른 연잎위로 떨어뜨리며 내는 멜로디를 듣는 즐거움도 있더군요.ㅎ
방아깨비 아저씨보다 조금 작은 섬서구 메뚜기 수컷 친구도..
개구리들의 먹이사슬 하위에 있어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이 물잠자리 녀석도 잠깐 쉬어 가는 중.
어디선가 개구리 녀석이 튀어나오면 생태사진으로 멋진 장면이 연출될거란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을 잠깐.
기다리기엔 내게 시간이 부족하다..ㅠ
물 속에서 수면을 뚫고 올라와 태양을 향해 뻗어나는 연잎의 생명력!
햇빛을 못 받는 낮은 곳의 잎과 가지들은 시들어 꺾여져 다시 물속으로 곤두박질 치는 생태계의 치열함.
꽃이 피기 전.
조금 기다리면 금방이라도 바로 앞에서 피워줄 것만 같던..
연꽃은 확실히 동양적인 느낌이 강한 꽃 같습니다.
다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탐색작업 중.
희한한 두 형제 개구리들의 발견.
새로운 종의 발견인가? 괴물인가?
연못에 빠질 위험을 무릎쓰고 엉거주춤 다가가서 카메라를 쭉 내밀어 셔터를 눌렀다.
개구리 성체의 모양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색과 모양새가 2% 부족하면서도 크기는 내 주먹만한 녀석들.
컴퓨터 모니터로 분석결과 우리나라에 침입한 외래 황소개구리의 올챙이와 개구리 중간단계 변신과정으로 잠정 결론.
먼가 이런 모습때문에 성경속에서 개구리를 가증한 상징으로 비유하는 것 같기도..(개인적인 생각.)
그물처럼 촘촘한 잎맥의 네트워크. 물공급은 이들을 따라올 자가 없다.
인간들의 수로파기는 어린이 장난이다.
자세히 보면 연꽃을 피우기 위해 꽃대도 물속에서 솓구쳐 나와서 저만큼이나 뻗어야 한다.
그 어둡고 힘든 과정의 시간들을 겪어내고 드디어 꽃피우는 찰나~
구름을 뚫고 잠깐 쏟아지는 햇빛이 만들어낸.. 개구리밥 도화지위의 연잎 그림자.
야속한 바람에 연꽃 지다.ㅠ
왠지 야생에서 목마를때 마실 것 같은 물방울. 달콤하게 생겼다.
망원이 지원되지 않는 나로서 최대한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연꽃.
신비롭다.
연못 표면에 떠 있는 녀석들은 높게 솟은 연잎들과 종류가 다른건지.. 랜덤인지..
어디 식물학자님 안계시는지요??
다시 발견한 녀석은 또 아쉽게도 어린 참개구리.
하지만 난 금개구리를 모르던 시절 참개구리를 가장 좋아했다..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받아내며 경쾌한 소리를 내던 연주자 연잎.
특이한 구조의 잎모양은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어디 식물학자님 안계십니까?...
다시 등장한 어린 참개구리.
개구리밥 사이로 얼굴 빼꼼.
위의 작은 참개구리를 찍으며 물러서는 순간 발밑에서 먼가 튕겨져 나간 검은 물체.
고개를 숙여 보니 완벽한 자태의 참개구리 완성체의 위풍당당한 등장!
역시 토종 개구리계의 멀리뛰기 챔피언답게 1.5m 이상 날아서 안전한 연잎위로 사뿐히 착지~ 우아~ 감탄 연발 중.
연잎뒤로 숨었지만 긴 팔을 이용한 노룩(no look) 빽샷!!
얼굴에 붙은 개구리밥을 정리할 새도 없이 먼가 억울한 표정..
계속되는 반신욕 참개구리들~
올 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귀여운 녀석.
시간가는 줄 모르고 탐사를 계속하다가 1시간이 지나고 배터리가 다하여 서둘러 철수.
요즘 도시에서 보기힘든 버드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시원한 소리를 낸다.
오랜만에 경험하게 된 새로운 세계로의 탐사로 흥분된 마음을 식혀준다~
이렇게 지난 여름의 아름다웠던 짧은 1시간을 추억한다.
이런 산책로도 마련된 궁남지는 여름의 햇빛을 뒤로 하고서라도 가볼만한 생태 견학장이었습니다.
마치 오랜만에 밀린 여름방학 숙제를 한 듯 하여 뿌듯한 마음이지만..
아주 개인적인 취향의 사진을 끝까지 봐주신 여러분들이 있다면 더욱 뿌듯할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ㅎㅎㅎ
방학숙제 하는 김에.. 역사적인 내용을 덧붙여 보자면..
백제시대 서동왕자의 탄생과 관련한 설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고,
별궁에 있던 정원의 연못으로 훗날 일본의 조경기술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Sigma DP2. in Gung-Nam-Ji, Buyeo, Chung-nam,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