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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TE  lucky shd 100

 

 

2003년 여름 지난 해의 뜨거운 월드컵 열기는 어느새 잊혀져 가고 이 곳에는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들 20여명이 각자의 집을 떠나 사회로부터 잠시나마 잊혀진 채 서로를 의지하며 그 열정을 삭이고 오늘도 무던히 보낸다. 국군대전통합병원 영 내에 위치한 국군XX연구소‘ㄷ’자 형태의 4층 건물에는 차가운 달빛마저 구름에 가리운 무덥고 어두운 밤이 찾아 들고 있다. 박 상병은 내무실과 떨어진 본관에 위치한 당직 근무실에 앉아 땀냄새가 진득히 밴 눅눅한 전투복과 전투화 차림에 진득한 팔뚝의 피부를 긁적이는 헐렁한 당직근무자 견장을 차고 짜증스런 하품을 연거푸 해대며 열대야를 견뎌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당직장교는 홀로 더위를 피해서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라는 짧은 지시를 남기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초저녁부터 줄기차게 들려오던 배수로 맹꽁이의 울음소리도 지쳐 자자지는 시각 무릎아래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날려주기에는 역부족인 낡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하다. TV정규방송 시간도 끝나고, 무료한 시간을 때울 겸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루의 업무와 더위에 지친 박 상병은 간혹 벌레 잡는 기계의 따!닥!거리는 전기구이 소리를 들으며 최면에 걸리듯 깊은 영혼의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당직실 안의 축축하고 숨막히는 대기를 뚫고 위급한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통신보안, 국군XX연구소 당직실 상병 박XX입니다.”거의 반사적인 행동으로 보이나 아직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상태. “수고가 많습니다. 여기 대전통합병원 당직실인데, 건물 지하수도관 누수 확인보고 하라는 지시가 와서 알려드립니다.” 순간 박 상병의 영혼은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아주 또렷하다. “네, 확인하고 보고 드리겠습니다...”정신없이 전화기를 내려놓고 상황실 시계를 보니 시계바늘은 2시40분 즘에서 3시를 향하고 있었다. 꿈이었으면 참 좋으련만.. 목 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방울이 서늘한 공기에 증발하듯 오싹한 기운이 단번에 박상병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퍼진다.

 

당직실은 ‘ㄷ’자 건물의 한 쪽 끝 1층에 위치해 있고, 지하수도관은 반대쪽 코너의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1층의 그 반대쪽 코너를 돌면 바로‘병리과’사무실과 실험실이 위치해 있는데,, 병리과에서는 군에서 사고로 사망하여 국군 대전통합병원 영안실에 안치 된 병사의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자살인지 타살인지 또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부검을 한다. 병리과의 의무장교님이 부검을 하고 일반 병사는 그 사진을 찍고 조직검사를 위해 떼어낸 장기를 포르말린 처리를 한다. 현 내무실 최고참인 최 병장이 그 곳에서 근무하는데, 간혹 부검 사진들을 내무실에 가져와서 보여주고 하여서 모든 부대원들이 뜻하지 않게 그 이미지를 공유하게 되었었다. 이등병 시절부터 고참들에게 병리과 쪽에서 원한을 가지고 떠도는 귀신을 본 이야기를 들어온 터라 초저녁에 본관 청소를 할 때도 그 곳은 대충하고 빨리 자리를 피하는 식이었다. 특히 지하 기계실로 내려가는 계단은 낮에도 어둡고 층간 계단들 보다 더 깊숙이 뻗어 있어서 청소하기를 피하는 곳이다. “그 곳을 지금 이 시간에 나 혼자 가서 확인해 보라고..?”

 

군대는 어떤 곳인가.? 지시된 명령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 거짓이나 허위보고는 밝혀질 경우 그 처벌 또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군인들에게는 큰 공포로 다가오는 현실이기에.. 박 상병은 멍한 상태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내무실 쪽 불침번을 불러서 평소에 같이 체력단련을 하며 친하게 지내는 바로 위 고참인 이 상병을 깨워 달라고 한다. 갑자기 새벽에 잠을 깬 이 상병은 영문도 모르고 당직사관이 부른 줄만 알고 활동복 반바지에 ‘brave man’상표의 국방색 런닝셔츠 차림으로 본관 당직실에 들어선다. 자초지종 설명을 들은 이 상병은 나름 부대 내 최고몸짱인 박 상병의 기대와 바람대로 당직실의 후레쉬 랜턴을 받아 들고 잠에서 덜 깬 상태에서 슬리퍼를 끌고 1층 복도의 어둠을 뚫고 걸어 들어간다. 이 상병은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자연스레 영적인 존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각종 공상과학영화, 호러무비 등으로 영성훈련을 하듯 항상 공포에 맞서는 연습을 해 왔어서 더더욱 귀신의 존재를 실제로 눈으로 확인해 보고자 벼르고 있던 터였다. 랜턴 빛을 비추며 1층 반대쪽 코너에 도착했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 병리과 실험실 쪽 복도를 한번 비춰 보았다. 자세히 확인해 보기 위해 가까스로 잠을 깨고 눈을 크게 떠 보았으나 어둠 속 병리과 사무실의 문과 팻말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몸을 돌려 지하로 향하는 긴 계단을 내려가 기계실 문 앞에 섰다. 처음 이 곳에 내려와 보는 이 상병은 잠시 숨을 고른 후 기계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랜턴을 비추며 어두운 지하 기계실로 들어갔다. 파란색, 붉은색 테이프로 감긴 굵은 수도 파이프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랜턴을 비추어서 계량기를 확인하고, 복잡한 파이프들 사이로 물이 새는 곳이 있는지 조용히 귀 기울여 보았으나, 어둠과 같은 정적만이 맴돌았다. 오히려 너무나 깨끗하고 약간의 기계소리만 들릴 뿐 고요했다. 그렇게 아무 이상 없음에 안심하고 뒤 돌아서서 문을 닫고 계단을 걸어 올라오는데 먼가 뒤에서 나타나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휙 뒤를 돌아보며 랜턴을 비춰 보지만,, 기계실 문은 굳게 닫힌 채 청소가 제대로 안 된 탓에 크게 뭉쳐진 시커먼 먼지만 구석에 쌓여있다. 역시 그런 상황은 영화에서만 연출 되어진 것이었다고 이 상병은 생각하며 박 상병이 기다리는 당직실로 돌아와 랜턴을 던져주고는 귀신 같은 거 없더라고 또 기계실 수도관 이상 없음을 알려주고는 다시 내무실 침상을 향해간다. 박 상병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전화로 상황 보고를 하고도 놀란 가슴에 이 더위에 잠도 못 자고 한 여름 밤을 꼬박 새운다.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공포를 느낀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진짜 별 것 아닌 것에 화들짝 놀라며 혼자 소리지르고 식은 땀이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린다. 밤늦게 집에 들어가다가 문 앞에 누가 까만 인형을 버려놨어 라고 생각하며 지나치려고 하는데 자세히 보니 어떤 아저씨 두 다리였다는 상체는 풀숲에 누인 채 잠들어 계시더라는.. 정말 별거 아닌데 모르고 지나치려다 누워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여름에 우리 각자가 느끼는 공포의 대상은 다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공포를 느끼는가? 무언가 잘 알지 못하던 것이 현실로 다가올 때 공포를 느끼는 것인가? 아니면 안다고 인식하는 그 범위 내에서 온전히 알고 있지 않음으로 갑작스럽게 공포가 엄습하는 것인지? 또 그 공포라는 감정이 올바른 것인지? 과연 하나님의 자녀들로서 공포의 대상이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런 감정은 분명 하나님의 우리를 향하신 뜻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공포를 느끼셨을까? 광야에서 40일을 밤낮으로 금식하시면서 홀로 계실 때도 또 사탄에게 시험을 당하시면서도 여러 무리에게 둘러 쌓여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 하셨을 때도 나병환자 또는 각종 희귀 망측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나아와 병 고쳐주기를 원하며 예수님을 만지려 했을 때도 오랫동안 귀신들린 사람을 만났을 때도 물 위를 걸어가실 때도 공포에 떨지 않으셨다. 부드러움과 온유함으로 그 모든 상황에서도 참 사랑을 실천하시며 모든 시험을 이겨 내셨다. 그 분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독생자이시며 다시 오실 그 때 온전히 다스릴 약속된 하나님 나라의 왕이셨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기에 어떤 상황과 어려움에서도 기적과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서도 공포나 두려움이 없으셨다. 단 한번 예수님이 공포를 느끼셨으리라 예상되는 때가 있는데, 그 때는 바로 예정된 십자가를 향해 가시며 마지막으로 겟세마네에서 기도를 하셨을 때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달리시는 고난을 두려워 하셨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배반하여 욕하고 저주하며 죽이려 하는 것을 두려워 하셨을까. 예수님은 창세 전부터 하나님과의 온전한 연합함 가운데 항상 함께 하신 분이시다. 그 분이 우리의 죄를 사하시고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의 연약한 몸을 입고 이 땅 가운데 오셔서 그 고난과 아픔에 동참하시고 그런 모든 것들로부터 승리하시기 위해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계속 유지해 가셨다. 그런 예수님도 십자가의 죽음 이후의 3일간 하나님과의 완전한 단절을 경험할 것을 이미 아시고 두려워하셨다. 온전히 다 아실 수 없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생각만해도 너무나 힘든 상황이셨을 것이다. 예수님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의 단절됨을 예상하시고 잠시 두려워 하셨지만 이 마지막 어려움도 기도를 통해 이겨내시고는 담대히 나아가셨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 것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가? 예수님처럼 하나님과의 관계의 단절을 두려워하며 떨고 있느냐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신분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에서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느끼며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도 오직 주님처럼 하나님과의 단절된 관계를 두려워 해야 한다. 매일의 삶에서 그 관계가 깨어져 있음을 인식할 때 두려워 떨며 다시 주님 앞에 나아가 매달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앞으로 닥쳐올 진짜 공포는 무엇인가? 말세의 그 때는 어떻게 성경에 기록되고 있는가? 누가복음 21장에는 마지막 때에 임할 재앙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요한계시록에도 지금 이 시대는 해산의 고통이 시작되었고 때가 임박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 때가 오기 전에 대환란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이 기록과 같은 마지막 때의 징조들이 현 시대에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두려움과 공포는 세월이 흐를수록 증가하지,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 세대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사람들의 마음을 주관하고 원수는 이것들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것이다. 또 미혹하여 믿는 자들도 끌어가며 많은 자들이 이 공포와 고난의 때를 알지 못하며 준비하지 못하여 이 땅의 원수들에게 넘겨지게 될 것이다.

 

말세의 때를 살고 있는 우리는 말씀과 기도로 깨어서 마지막 때를 준비해야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됨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 우리는 진정한 공포를 느끼고 어서 돌이켜야 한다. 이 공포의 때가 도리어 기회의 때가 되도록 우리는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 한다. 사실 말세의 때는 믿는 자들에게는 참 된 기쁨과 하나님 나라의 온전한 완성의 때이다. 이 환난의 때를 이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님께서도 언제나 기도로 하나님 앞에 먼저 나아가며 그 친밀함을 확신하고 믿음으로 담대히 그 공포를 이겨내심을 볼 수 있다. 우리도 이와 같이 하나님과의 친밀함 가운데 그분의 얼굴을 구함으로써 그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해 가야 한다. 그러한 친밀함은 말씀과 기도로 깨어서 매일매일을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사는 삶 안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실재하시며 우리와 항상 함께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이시다.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고 그 사랑을 우리가 알고 반응하기를 갈망하고 계시고 그 거룩한 열정으로 우리를 인도하신다. 이 사실에 힘을 내어 우리는 주의 얼굴을 구하며 그 거룩함을 회복하며 영광의 풍성함을 누려야만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는 비밀은 여기에 있다. 온전한 기쁨과 넘치는 사랑으로 그 형상대로 우리를 지으시고 끝까지 지키시고 인도하시는 그 분이 바로 나의 하나님이심을 우리는 다윗과 같이 고백하며 찬양할 수 있어야 하겠다. “너는 여호와를 바랄찌어다 강하고 담대하며 여호와를 바랄찌어다.” 라고 다윗은 외치고 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말세의 때를 이겨 낼 제자들에게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친밀함에 대한 약속이다. 그 약속이 우리 마음을 붙들어 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말세의 때를 하나님과의 친밀함 가운데 담대히 행하여 그 날에 임할 그 영원한 나라를 바라고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외치자. 깨어서 그 날을 기다리며 진정 주님을 사랑하고 바라는 이 세상이 감당 못할 참된 예배자들, 예수 그리스도의 정결한 신부로 참 기쁨의 때를 거룩하게 준비하는 우리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본 글은 지난 여름 사랑의교회 대학9부 격월지 UNIC 7,8월호 '공포'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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