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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6 01:35

0905반성.

조회 수 1777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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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피곤하다.

오늘도 참 하루가 긴 것 같다.

그렇지만 몸의 피로보다..

손에서 풍겨오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그들의 흔적에 더 힘든 현실이다.  (손 20번 정도 씻었나..)

1주일간 병원실습을 하는데, 오늘은 외과대학원 선생님들의 실험을 도와주게 되었다.

그들의 이름은 2-1. 3-2. 3-4. 비글 실험견들의 이름이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였을까,
병원뒤 어두운 냄새가 깔린 콘테이너 속의 그들은 평소보다 더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자신들의 몸을 우리 손에 맡기어 척척하던 일들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실험에 응해주기 보다는 우리가 이뻐해주길 기다렸나 보다.

2-1은 힘이 센 녀석으로 통한다. 그 녀석은 힘껏 발버둥 치고, 우리는 초음파 검사를 위해 온몸으로 저지한다.

3-2는 그 이름만으로 악명이 높다. 그 녀석도 힘들고, 우리도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다..

3-4 이녀석은 미련하리만치 순하다. 그래서 사돌이라는 '이름'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우리는 이 녀석들의 냄새나고 더러운 털가죽 때문에 우리의 흰 가운과 손, 얼굴이 더럽혀 질까하여,,,
잠깐 안아주는 것조차, 검사과정중에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몸통을 잡아주는 것조차 힘들어 하였다.

이런 우리의 생각으로 벌써 우리 마음에는 얼룩이 생기고 악취가 나는 것 같다!!

마지막에 사돌이가 얌전히 실험에 응해주어서 실습을 제 시간에 마칠 수 있어 고마웠다. (너무 배가고팠더라는..)
하지만 앞에 발버둥 치던 녀석들에 비해 너무나도 얌전했던 그 녀석이 생각나 이 밤이 더 슬프기만 하다..

내일도 병원 실습은 계속된다.
아침9시 녹색 수술복 위에 오늘 더럽혀진 내 냄새나는 가운을 입으면 또 잠깐은 그 냄새에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후각은 다른 감각보다도 훨씬 더 빨리 그 정도에 적응하여 뇌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만약 그래도 계속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오늘 우리의 이기적인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제 난 웃을 수 있다. 그들을 볼 때 그럴 수 있다.
이미 더럽혀진 옷을 입고, 이미 더럽혀진 마음이어서,
다시 실험을 도와주게 되면 아무런 주저없이 마음껏 그 녀석들을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다.^^


첫 페이지를 이러한 우울한 글로 시작하게 되어 매우 유감이에요. 죄송~
난 이제 마음이 좀 편해졌는데,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럴 것 같군요...ㅋㅋ

위의 글은 여기서만 보아주셨으면 해요~ 워낙 정신없이 쓴 글이라 논란의 여지도 있고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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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읜둥이 2007.09.07 20:39
    방명록에 답글도 안달고...칫..
    나 인제 오빠랑 안놀아줄래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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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uston 2007.09.07 20:55
    각자 다른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쉐어링 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학기 중 가장 빡센 주, 이제 거의 다 끝나가서 후련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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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guz 2007.09.07 22:19
    아..ㅋㅋ 미안미안.. 서연이랑 밥한번 먹자!^^
    놀아줘~~

    이제 끝나가요. 어젠 응급수술 때문에 집에 오니 1시..켁..
    내일 병원실습평가시험만 보면 끝나요~ 오늘 형의 응원이 힘이됐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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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이나 2007.09.08 00:33
    비글!!!조아조아 보여줘요 흐. 그러나 이름이 2-1 인가? 잉 슬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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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guz 2007.09.09 23:04
    이름이 없는 녀석도 있어.ㅠㅠ 비글이 사진은 다음기회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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