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펙의 '거짓의 사람들' 이라는 책에 나온 사례다.
빌리는 거미 공포증이 있다. 어머니를 매우 좋아하고, 서로 깊은 비밀까지 모두 털어놓는 단짝으로
지내지만 사실 어머니는 빌리의 독립적인 인간으로써의 성장엔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의 외로움을
충족시키기 위해 성숙하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인 태도로 온갖 그럴듯한 방법들을 동원해 빌리를 속박할 뿐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하고, 남자에게 중독되고, 정상적인 학교,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그럴 수록 거미 공포증은 심해진다. 이런 빌리에게 치료자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요청한다. 치료자의
도움으로 서서히 어머니의 실체를 알아가며 자신의 의지를 갖게 되어가는 과정 중에 빌리는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얼마나 끈덕지게 내게 달라붙는지 꼭 거미 같더라니까요"
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전율을 느꼈다. 사실 빌리는 그녀의 어머니를 증오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이 거미라는 대상에게로 대치되어 나타났던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악하고 파괴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믿기 위해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와 혐오감을 없애 버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전치'라는 방어기제)
그녀가 그토록 무서워했던 것은 거미가 아니라 어머니였던 게지.
최근에 읽은 책들(아직도 가야할 길, 끝나지 않은 여행, 그리고 저 너머에, 거짓의 사람들)을
통해서 정신질환과 육체적인 병은 참 많이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몸 어딘가가
아플 때 아, 치료가 필요하구나~ 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듯이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두려움, 악몽, 불안, 우울증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의 상태가 뭔가 잘못되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표시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병이라기보단 치료의 단서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이따금 겪기 마련이라 여기며 그러한 신호를 무시하려 한다.)
정말 신기하지 않나? 인간에게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욱 더 건강해지도록 돕는
어떤 힘이 있다는 거. 빌리와 같이 잘못된 부모를 만나 결국엔 자신도 어머니와 똑같이 되어가는 중에
무의식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가 나타난다는 것. 이것을 바로 은총, 은혜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인간의 영적 성장을 돕는, 이 은혜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은혜의 부름에 귀기울이지 않고 그 도움을 거절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은혜에 의해 선택됨과 동시에 우리 스스로 은혜를 선택한다는 역설.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 해야할 께 많아서 #2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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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펙 책 3권 더 발견! (나 완전 우리 선생님으로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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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스캇 펙 좋아- 옛날 학교 다닐 때 도서관에서 맨날 찾아보고 막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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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있게 읽어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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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이 그렇게 변화되어가도록 노력할 때 스캇펙이 언제나 강조하는 성장이라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저 너머'ㅋ의 길을 멋찌게 이뤄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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