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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담아두기

삶과 죽음

2004.Oct.29

어렸을 때는 죽음에 대해서 쫌 지나치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죽은 다음엔 천국에 가는 거라고 배웠고, 난 천국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빨리 죽고 싶다고 했다가 되게 걱정스러워 하면서 우리가 세상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일을 하기 전까지 맘대로 죽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ㅋ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가족들이 막 기뻐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드디어 천국에 가신 거잖아. 좋겠다. 라고까지 밖에 생각이 안 닿았던 것 같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관계'라는 측면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

가족이나 친한 사람 중에 돌아가신 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죽음으로 오는 슬픔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어떤 건지 조금씩
알게 되면서 그것이 정말 만만치 않은 것임을 느끼게 된다. 특히 요즘 들어 아는 사람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정말 많이 접하게 되면서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참 안타까운 일이고(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정말 기도하는 것 밖엔..), 정말 모든 사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죽음과의 거리가 같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젊다고 오래 살 수 있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oct25-9.jpg

다른 사람의 죽음이 아닌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구나 분명히 죽게 되어 있고,
그게 언제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로 오늘이 될 수도 있다. 이 사실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난 죽으면 하나님의 나라에 가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지만(여전히 하나님이 얼릉 데려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ㅎㅎ 근데 하나님이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하시는 것 같음;;), 내세나 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죽음이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두려움에서 비롯된 회피) 주제가 될 지 모르겠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통해서나, 몸이 죽음에 가까워져가는 구나 하는 경험을 통해서 필연적으로 죽음에
직면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고, 그 엄청난 영향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죽음의 공포로 부터 '진정' 자유해질 수 있는 방법은 종교 밖에 없다. "예수천국불신지옥"이라는
다소 엄한 표어 (그러나 의미론적인 면에서 너무나 명확하고 분명한)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수님 믿으면 천국 가는 거고, 아니면 지옥 가는 거다. 예수님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믿음은 근복적으로 우리를 죽음에서 자유케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죽음을 항상 직시하면서 살아야 한다. 우리의 죽음과 친숙해져야
하고, "죽음을 충분히 길들여서 우리 왼쪽 어깨 위에 올려 놓고, 밤이고 낮이고 계속해서
죽음이 베풀어 주는 현명한 조언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 (인용)

죽음이라는 데드라인(불현듯 찾아오는)이 있다는 거. 우리가 가진 시간이 짧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레포트 마감 전 며칠, 시험 보기 전
며칠의 집중력은 정말 대단한 거;;처럼 게으름을 극복해가며, 훨씬 열심히 살 수 있겠지 ㅎ)
그리고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함(자기를 부인)으로써 우리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려 온전하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주위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을 통해 죄와 죽음에서 자유해지고,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평안과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말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마태복음 16장 24~25절

댓글(10)

  • 2004.10.29 16:41  Reply
    그러게.. 정말 소중한 것을 잃고 나면.. 사람들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데.
    또 너무 쉽게 잊어 버리는거 같아.. 너무 속상해.. 그래도 깨달음 주심 감사=)

    댓글 수정 삭제

  • 2004.10.29 17:33  Reply
    아. 길게쓴거 지워졌;;

    암턴 너의 인상적인 유야기적 생각들을 난 최근에 많이 하는데..ㅋㅋ
    죽음은 바라고 즐거워하되 살고있는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게 맞는거같아,;;

    그리고 20대에 들어서면서 내게 영향력있는 주변인들이 죽음을 맞이하게되면서
    느낀건.. 죽음은 본인보단 주변사람들에게 고통이라는거야..
    그런걸 간접적으로 보고 경험하면서 죽음에 대해 배우고..알아가다가..
    자신의 죽음은 덤덤하게 맞는것..아@_@잘 모르겠다..
    암턴;;

    댓글 수정 삭제

  • 2004.10.30 01:53  Reply
    그래서 왼쪽 어깨에 올려놓으래 ^^

    네 정말 본인도 본인이지만 주변 가까운 사람들의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겠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에 모리 교수가 치른 '살아있는 장례식'은 그런 면에서 꽤나 멋찐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모리 교수가 죽기 전에 본인이 직접
    장례식에 참여해 서로의 관계를 정리하는..) 물론 이런 게 가능한 사람이 많치는 않겠지만

    댓글 수정 삭제

  • 2004.10.30 13:16  Reply
    사진과 글.. 책이다.책. 이건 칭찬이야.

    댓글 수정 삭제

  • 2004.10.31 23:10  Reply
    고마워 ^^ 나도 저 사진이랑 글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올리면서 뿌듯했다는 ㅋ
    (물론 그런 의도를 가지고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어쨌던;;)

    댓글 수정 삭제

  • 2004.11.01 10:40  Reply
    저도 죽음에 대해서 기뻐해야하면서도 가슴아픈..그런 생각 많이 했었는데...
    주변에 정말 친한 사람들이 돌아가셔본적이 저도 없어서 사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 관계된 사람들이 돌아가셨다는 소리 들으면서 저도 저런 생각 많이 했었다는...

    댓글 수정 삭제

  • 2004.11.02 01:28  Reply
    정말 한 편으로는 기쁘고, 한 편으로는 슬픈 양면성이~~

    댓글 수정 삭제

  • 2004.11.02 12:08  Reply
    어제부터 삶과 죽음에 관해 뭔가 머리속에 맴돌았는데 네 글을 읽으면서 실마리를 잡았다. 덕분에 싸이게시판에 열심히 써댔지. 어깨가 다 아프네.ㅋㅋ 감사.^^

    댓글 수정 삭제

  • 2004.11.02 21:37  Reply
    4년전에 나를 압도했던 문제. ㅋㅋ 막 혼자 울고. 몇달만..^^;
    너의 오른쪽어깨에 니가 보호해야할 가족들이 생긴다면, 좀 다른 문제가 되겠지?
    그렇게 보면, 일찍 죽을거라면 지금이 딱인 거 같아. 크흑. 부모님께 좀 죄송하다만...

    댓글 수정 삭제

  • 2004.11.03 20:14  Reply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죽음에 대한 인식의 실마리였군요 ^^;
    '하나님 나라의 복음' 책으로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개념을 배웠었지만 (그 때 쫌 바쁜 일이
    있어서 & 그리고 그거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서;; 막 변명;;) 확실치 않은 거 허접하게
    쓰느니 그냥 죽으면 천국 간다 지옥간다라는 표현으로 썼는데 ㅋㅋ(그래도 책 찾아보고
    쓸까 살짝 고민했어요;;) 일단은 죽음 이후엔 불완전한 육체에서 벗어나 '온전한' 하나님
    과의 관계 안에 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라고 하면 괜찮은 거겠죠? ㅎㅎ (예수님 재림
    후에 들어갈 수 있는 하나님의 완전한 통치영역) 쫌 여유가 생기면 그 책 제대로 읽고
    감상문을 써야겠어요 흐흐

    오 울기까지! 근데 솔직히 그거야 내가 죽고 싶다고 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죽기
    싫타고 안 죽을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안될듯~ 알아서 해주시겠지 하고~
    (물론 맞어, 그 때 쯤이면 인간적인 생각으론 힘들어 하겠지?)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60대 정도가 괜찮을 꺼 같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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