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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네리 posted Jun 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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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컴백

어제로 마운틴 러쉬모어 채색을 끝내고
부리나케 서울로 왔다.

이번에 알게 된건데 미국 대통령 4명 얼굴 깍아논 돌산이
마운틴 러쉬모어였다.


문제의 발단은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발적 열심이었다.
그 학교에 손으로 만들어 내지 않고  어떤 공학을 이용하여
물체를 복원해 내는 연구를 하는 팀이 있는가 보다.
그 팀에서 마운틴 러쉬모우를 그 기술로 축소한 조각을
우리 공원에 기증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실성에 있는데.
도저히 마운틴 러쉬모어라고 하기 어려운 그 형태에 있었다.
아무리 손으로 안만든데 의미를 두기에도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우리의 추측인데 그 팀에서 공학을 이용해 만들다가
마감 못지켜서 공대생들이 손으로 조각하느라 이렇게 된거 아니야 그랬을 정도.
왜 부탁하지도 않은것을 기증해서.

이것을 비치하는 것에 대해
사원들 전원 반대.
임원 전원 찬성.(이유는-너무 간단. 가장 높은 분이 원하심.)

문제는 또 석고 그대로 흰몸뚱이로 왔다는 거다.
사실 그것 때문에 -부천생활에서 얻은 것들- 막이렇게 한참 떠들고 다시 잡혀갔던 (?) 것이었다. 이러니 내가 대전 쪽을 보고 밥도 먹기 싫었던 것이다.(한준이에게 어리를 미안하군.)

아무리 이거 칠해봐야 전시 못한다 해도 씨도 안먹히길래 한번 더 말하면 하기싫어서 그러는지 알까봐 더럽고 치사해서 그냥 칠했다. 문제는 혼자 칠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원판이 어떻든 회사사람들은 거의 내능력으로 돌려버릴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4일동안 후딱하고 무슨 소리 듣기전에 날라버렸다.

사실 회사가 비효율적으로 가는데에는 이런 악순환이 있다. 아닌거 뻔히 보여도 안한다고 하면 하기 싫어 그런다고 할까봐 그냥 하는 것이다. 난 하라 그래서 했다. 어차피 근무시간이니까 나는 이일하나 저일하나 마찬가지고.

근데 정말 아무리 회사에서 이일하나 저일하나 같다고 해도
사무직으로 입사했는데
미술했다고 이렇게 막 써먹으면서
꼭 맡겨놓은 일처럼 시킬때는
정말 화가 난다.
미술한게 죄야? 서울&부천 직원 통틀어 자식있는 사원들은 다 나보고
나중에 절대 자기애 미술 안시킨단다.
엊그제는 주차장에서 혼자 칠하고 있는데 아시는 분이 나보고
"혜리씨, 전생에 죄 많이 졌지?"이러시는 거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미니어처 담당하시는 분이 두분이나 있는데 그 중 한분은 책임지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신다. 말끝마다 전문가전문가 그러시면서(자기는 만드는 거 전문가, 나는 채색전문가란다.) 일을 떠넘기시는게 장난이 아니다. 아니, 나랑 한팀인것도 아니고  두분이서 그 일하러 입사해놓고 무조건 자기가 못하겠으면 책임지기 싫어서 떠넘기는 것이다. 못할꺼면 빨리 넘기는게 무슨 능력이라도 되는 듯이.)

그래도 싸우는건 백해무익하니까 진정하고 잘라서 얘기 했다. 나는 서울에 다른업무가 있는데(물론 없어도 티도 안나는 자리지만) 이런식이면 앞으로도 어디 벗겨질 때마다 색만들러 와야하냐고. 그사람은 자기 일이고 앞으로 오래 그일을 할 사람이 왜 자기가 해볼 생각은 안하고 피하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짜증나는 거는 이번 러쉬모어건도 그렇고 내가 딴지 걸려고 하면 윗분하고 얘기 됐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본인이 못하겠으니까 미리 선수쳐서 이거 원혜리씨가 할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윗사람들은 그런가보다 하시고. 그래서 나도 이번에 말하면서 상무님께 그렇게 얘기했다고. 색 만드는거 가르쳐드릴테니까 직접 하시라고. 강하게 말했더니 알겠단다.

이러니 회사에 대한 나의 마음은 정말 급속도로 식어간다.
예전에는 임원분들이 칭찬해주는 그거 하나에 기쁨을 얻었던 거 같은데
짬밥이 조금되고 보니 그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또 사람 칭찬에 그러는것은 가장 높은데 계시는 분도 아니라고 하시는 거 같다.

어쨌든 돌아왔으니까
(그래도 어제 저녁 수고했다고 고기를 사주셨다.
물론 나는 이런걸로 잘 풀린다.)

애니웨이 오늘은 사무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데..
집에서는 언니랑 동생은 빨리 관두라고 난리고.
어제는 갑자기 학교 언니까지 전화와서
결단을 내리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웅.
용기를 내야하는 문제일까.
내가 변화를 두려워 하는 것일까.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듣고 싶은데 잘 안들린다.

추신- 이 홈에 회사 사람들이 안올 것이라는 믿음.
        이 홈에 카이스트 그 팀은 더욱 안 올것이라는 믿음.
        나는 왜 이런 믿음만 강한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