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혜빈이 유치원을 보내다.
첫날 아침부터 배고파 우는 흠빈이를 안고 혜빈이 옷 입히랴 밥 빨리 씹으라고 채근하며 곰국에 만 밥을 한 수저 입에 넣은 채
결국 부랴부랴 뛰어 내려갔다.
그렇게 아이를 내몰듯이 보내놓고 나니 내 맘도 불편했다.
신년 연휴에 주말에 정신없고 많이 힘들어 팔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데도
혜빈이가 없는 침대에 누워 아무리 애써봐도 잠이 오지 않았다.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내려가 혜빈이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는데 담임선생님 전화가 왔다. 혜빈이 일년 다닌 아이처럼 수업참여도 적극적이고 밥도 잘 먹고 잘 적응 한다고.
유아부 예배때 맨 앞줄에 서서 서툰 찬양율동을 열심히 따라하던게 생각나 그래 그랬겠지. 싶었다.
그래도 많이 긴장했겠다. 안 먹던 김치도 첨으로 먹은걸 보면.
아침에 가기전엔 엄마 혜빈이 혼자 못해요 같이가요- 그러다가 노랑버스가 오자 엄마 바바이 하고 선생님과 차에 올랐다.
주일학교 예배때도 날 찾는 일이 없어 무리없이 헤어지고 유치원 첫날도 별 탈없이 헤어지고 만났다.
하지만 종일 떨어지는 건 처음인지라 많이 보고 싶었던 눈치다. 자꾸 안겨 오늘 재밌었던 이야기를 종알종알한다.
혜빈아- 꼬옥 가슴깊이 안아주는데 맘이 많이 아리다.
둘째날이 되었다.
어젯밤 그리 늦게 자지도 않았는데 첫 놀이학교 활동에 많이 고단해하며 일어나지 못해했다.
혜빈이 오늘은 가지말까 했더니 안떠지는 눈을 간신히 뜨며 갈래요 하고 일어난다.ㅎㅎ
난 나름 놀아준다고 했었는데 집에 있었던 시간이 많이 무료했나 ㅎ
매일 아침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한두시간은 기본으로 날 기다리며 엄마 둥근해가 떴어요 하던 아이가 여덟시가 되어가도 일어나지 못하는 거였다.
이십분밖에 남지 않아 초조한 나는 다급해하지 말아야지 재촉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세수하고 옷입히고 내려갔다.
씩씩한 친구네요, 를 많이 듣던 혜빈이가 또 엄마 혜빈이 혼자 못해요 엄마 같이가요 그랬다.
약간 건성으로 하는 말 같아도 보이고 눈 으론 바깥을 계속 살피며 버스를 찾았다.
그때 노랑 버스가 도착하니 우와- 신난다! 하며 조심조심 바삐 계단을 내려갔다.
선생님이 내려오시자 신나게 달려가 안기는 거였다. 감사한건 그래서 선생님도 좋아해 주시고 잘 보살펴주셨다.
버스에 탄 혜빈이에게, 엄마는 안갈게 잘 다녀와 선생님 말씀 잘듣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재밌게 놀다가 이따 다시 만나.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 쉬 마려우면 선생님께 말씀드려- 했더니 갑자기 눈썹이 송충이 놀랜듯 찌그러지는 거다.
선생님과 내가 푸핫 웃으니 자기도 따라 웃고는 바바이 했다.
예상은 했지만 혜빈이 없을때 이런저런 일 보다보니 벌써 세시다. 부랴부랴 은행 일 보고 혜빈이를 기다렸다.
버스에서 잠이든 혜빈이를 선생님이 안고 내려오시며 엄마 만난다고 낮잠을 안잤어요. 하시는 말을 듣자 맘이 쫌 그랬다.
잠든 혜빈이를 안고 올라오며 그래 이제 엄마품에 왔으니 맘 편히 쉬어. 뒤척이는 혜빈이에게 응 엄마야 걱정말고 자
맘속으로 속삭이다 보니 좁은 길 끝에 우릴 맞아주실 주님도 그렇게 안고 위로해 주시겠다 싶었다.
사실 난 이르다 생각하며 만 5세정도 되면 보낼까 했는데
흠빈이도 있고 재밌게 놀러 다니는 곳으로 생각하면 괜찮겠다 싶어 갑자기 보내게 되었다.
새로 배운 노래도 하고
만든 종이컵 전화기로 흠빈이에게 속삭이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들과 언제나 예상을 깨는 아이의 대답과 설명을 듣다보니 정말 행복했다.
두아이 돌보느라 많이 힘들겠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 하루하루 감사함으로 키우게 되는가보다 ^^
마지막 사진에서 빵터졌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