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가족, 흠빈이가 우리 집에 온지도 두달이 넘었다.
임신 5개월,
딸도 좋다시던 아버님은 아들이라는 말에 왕자 회임한 듯 기뻐하셨고
친정 아버지도 함박웃음 가득. 수고했어! 안아주셨다. 제가 수고하긴 무얼. 아기도 안 낳았을 땐데.
부모님 기쁘시니 나도 기쁘고 감사했다.
난산이다 보니 몸도 상하고
낳는 것. 키우는 것 보시는 친정엄마 마음은 더 많이 상했다. (정말. 보여드리지 않는게 좋은 듯.
누구와 말씀하시는 걸 옅듣게 됐는데 친정엄마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맘 아파야 하나. 머릿속이 하얘지고 온몸이 마르고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단다.)
혜빈이와 흠빈이.
새로운 만남을 많이 걱정했는데 그럭저럭 혜빈이도 잘 적응하고.
힘들어 하긴 했지만. 다시 제자리로 잘 돌아왔다.
뿌우- 뿌우- 해서 뒤돌아 보니 코끼리 스티커를 붙이고 혼자 놀고 있길래 한 컷.
사실 혜빈이는 동생을 아주 좋아했다.
집에 새로온 강아지 정도로 생각하나 했는데 잘 물어보니 강아지를 더 좋아했다. 강아지는 움직이고 짖기라도 하니 그럴 듯.
살아있는 아기가 신기하고 만져보고 안아보고 눌러보고 싶은데 여러 감시의 눈빛과 제약이 많으니 거기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야 말로 극심했다.
덕분에 흠빈이는 골방에서 얌전히 지내는 생활을 계속했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혜빈이와 함께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고 이런 일과가 지속 될수록 혜빈이의 컨디션 회복은 아주 빨랐다.
단지 나의 회복이 후퇴한다는 것. 후후
50일된 흠빈이 모습. 4.2킬로로 태어나 뻥튀기되어 6.9킬로였다.
실한 모습을 볼때마다 뿌듯하기보다 그날의 두려움이 엄습했다. 암, 저렇게 큰 아이가 나오려니 고되고 말고.
혜빈이는 엄마 옷 입고, 만든 눈사람 얼굴 속에는 무엇이 있나_ 들여다 보기도 하고.
화장실 비누접시가 사라져 둘러보면 혜빈이 싱크대 위에 달걀이 담긴채 저런 모양으로 있어, 웃음이 푸핫.
혜빈이에게 꺼내준 동물모양 크레용을 보니 87년도 제품. 어릴때 아끼던건데 내가 다섯살 때 꺼구나. 허걱
한번은 내가 어릴 때 차던 미니마우스 시계를 혜빈이가 차고 있는걸 본 신랑 왈, "대를 물려 차는구나. 오메가도 아닌데." 킥킥
코알라 누나와 웃는 흠빈.
그냥저냥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이 순간도 함께하시는 그분을 기억하고 붙잡기 위해 몸부림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