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빈이가
돌 반즈음이었나 호비를 처음으로 만났다. 한국에서 활발한 정보를 꽤뚫고 계시는 혜빈 고모께서 늘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챙겨주시는데
덕분에 지금까지 2단계를 재미나게 보고있다.
(사실 티비를 거의 안보는 편이라 가끔 봐서는 2단계를 혜빈이가 다 소화하기에 버거워 요즘은 한달짜리는 몇 달째 보고있다.)
작년 가을즈음 감기걸린 호비가 병원에 가는 이야기와 함께 병원놀이 셋트가 왔는데 '미아오'를 진찰해주고 있다.
저 흰 고양이는 혜빈이의 아주아주 오랜 베프다. 혜빈이가 엎드려 기어다닐적, 이케아 갔을 때 잡아온 녀석인데 손에 끼는 장갑형태다.
그 시기 아이들은 세상 모든 사물이 살아있는 걸로 인지하고 또 그 모든 것들을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데 혜빈이도 그렇구나.
생각하던 때, 고양이를 주며 "엄마 껴" 했을 때의 놀람.실망이란.
주사를 놓을 때 은근 희열을 느끼는 혜빈. 더 많이 아픈척하고 소리 질러 줄수록 좋아한다. 정작 본인은 울지도 않고 잘 맞으면서 말이다.
미아오가 너무나 아픈듯 연기하자
나도 한번 맞아볼까 콕
이건 아닌듯 다시 잽싸게 미아오를 향해.
지금껏 살며 넋을 놓고 누구를 그렇게 바라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언제부턴지 혜빈이를 그렇게 물끄러미 볼 때가 있다.
침대에 자려고 누우면
그 귀엽고 보드라운 입술을 내 손등에 부비며 해맑게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눈을 보고 웃으면 엄마 사랑해 하고 안아주고는 엄마 축복해요- 라고 한다.
보들보들 혜빈이의 볼살과 내 얼굴이 맞닿으면 사랑하는 우리딸 너무 예쁜데 엄마 뱃속에 들어가자 말해본다.
그래! 라고 흔쾌히 대답하는 딸아이를 더 꼬옥 안는다.
혜빈이는 꼭 침대에 누워있는 요맘때 엄마, 행복해? 달콤해? 라고 묻는다.
예전에 내가 엄마 행복해- 라고 한 적도 있고
마주보는 내게 이마 눈 코 볼 뽀뽀를 연속으로 날려주는 딸한테 음- 달콤해 라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새끼 내새끼하며 기른적 없는 것 같은데
뭐가 쿨하고 시크한건진 잘 모르겠지만 2년 넘게 그런 말 들으며 지냈는데
그래도 이젠 함께한 짧은 세월도 세월인가. 바라만 봐도 사랑이 샘솟고 뭉클한 마음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데
하나님께서 만드신 부모와 자녀라는 신비한 관계는 정말이지 깊고도 깊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