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부터 두 돌까지.
혜빈이도 제법 컸다고 한 해가 즐겁게 정신없이 갔다. 하루하루 지나며 재밌는 일도 더 많고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많이 생겼다.
|3월 14일|
THE PULI. 지나다니며 대숲으로 싸논 저 건물은 언제 열어 하며 궁금해하던 풀리 호텔 앤 스파. (상하이에 온다면 수많은 호텔 중 강추)
화이트데이라고 남편이 짠 데려가 준 풀리. 참 좋았는데. 더 없이 차분하고 조용하고 편안한 리조트스런 호텔이 정말 깔끔하고
소금 숟가락도 작은 하얀 자개에 아기 숟가락 포크도 나무로 주고 아기 의자가 중국앤틱으로 제작된게 참 인상적이었는데
책들도 여기저기 있어서 편안하게 보고 싶었는데.
혜빈이가 있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크크크
지나놓고 사진을 보니 그래도 혜빈이가 있어 재밌고 참 즐거운. 웃을 만한. 시간들이었는데
사진 속 내 얼굴을 보면 초췌하기 그지없다. ㅎㅎ 해골 떨어지기 직전의 면상.
|3월 25일|
혜빈이가 많이 컸다. 먹이감을 향한 강한 집념과 의지는 여전히 대단한 양상을 보이며 힘차게 성장하고 있다.
|4월 1일|
부활절 준비. 혜빈이도 그림 그리고 나도 그림 그리고.
내친김에 혜빈이에게도 카드 한장 쓰고.
|4월 8일|
남편님의 생신.
아침부터 이것저것 준비하고 남편을 짠. 맞이하고 싶었는데 케익도 좀 딱딱한 것 같고
연어 샐러드도 좀 촌쓰러운 맛 같다며 요리책을 타박. ㅎㅎ 아무래도 그 책 레시피대로 하기만 하면 음식이 이상해져 핑계. ㅎ
|5월 3일|
상하이 엑스포 개장 하자마자 달려가는 길. 운 좋게도 엑스포 택시를 잡아탔고 혜빈이는 여전히 빵을 탐하고 있다.
획득의 기쁨!
대표적인 중국관 앞에서 한 컷.
사람도 많고 상하이 날씨는 이미 너무 덥고. 오세아니아 원주민들과 함께 서있어도 모를만큼 나는 토인이 되었다.
돌잔치 때 제자반 + 은미언니가 선물해 준 가족신발을 이 날 개시.
상하이 거주자들에겐 200元 (한화 약 35000원 상당, 100元 짜리였나)짜리 교통카드와 입장권을 무료로 주었다.
제일 재미난 건, 각 국가관들의 기발하고 특색있는 외관을 구경하는 것. 그리고 일부 중국인들의 매너없음에 고개를 저으며 정말 못 말린다는 서양사람들의 표정. ㅎㅎ
|5월 8일|
로비에 가득한 사탕을 보고 흥분한 혜빈. 나에게 한개씩 가져다 준다.
먹기만 하면 흥겨워 춤을 추었다. 흔들흔들 빙글빙글
오랜만에 날씨도 좋고 여기저기 구경하고 놀다가 저녁까지 먹으러 간 주말. 이때까지만 해도 혜빈이의 로망은 바나나♡ 였다.
|5월 29일|
생일이 되니 어김없이 작약이 내게로_
늘 행복하게 하는 작약.
미슐랭 별이 반짝이는 마르틴 상하이 분점, 레스토랑 마르틴에 갔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공원도 가깝고 역사깊은 프랑스식 건물이 참 좋다.
크크 중요한건 난 계속 말만 하고 사진은 전혀 없다는 거. 흐흐
오랜만에 가족사진인데 혜빈양은 협조하지 않는다. 새로 산 실리콘 아이스크림 틀에 오직.
정신없이 드시는 아빠를 부러운냥 바라보는 혜빈.
나도 혜빈 볼 겨를 없이 내 접시에만 충실한다.
디저트까지 맛나게 나오고 이날은 생일이라고 사진을 좀 많이 찍었다. 호호
귀여운 치즈케익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봄이 오고 나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봄이 온 것만 같았다.
작년 한해는 아기 혜빈이랑 늘 집에 있느라 밖에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해가 따가운지도 모른채 일년 내내 25도로 지냈는데
덕분에 내 얼굴은 하얗게 지냈지만
오랜만에 봄을 맞이하는 기분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정말 정말 반가왔던 이천십년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