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과 폐백을 마치고 피로연과 숨가쁜 일정을 마무리하고는
시댁으로 가서 늦은 새벽 예배를 드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비행기라 주일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일에 결혼예비학교에 출장에 주말에는 결혼준비까지, 정신없던 남편 그리고 나도 덩달아 정신없던 시간들을 보내고는
공항으로 향할 때의 기분이란. 정말 비행기 없이도 하늘을 날아 갈 것 같았다.
싱가폴을 경유해서 갔는데 시티투어도 잠시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싱가폴 창이공항 도착.
공항에서는 사탕도 나누어주고 여기저기에 발랄한 오렌지색을 휘두르고 있어
기분은 꽤 상큼했지만 (폭신한 카펫도 기분좋긴 했다) 왠지 면세점도 새롭거나 더 좋을 것 없고
도시자체도 너무나 인공으로 깎아만든 모형세트에 들어와 있는것 같아서 기대보단. 글쎄.
그 후면엔 정신없고 들끓는 사람들과 거리에 나와 앉아있는 엄청난 수의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했다.
짧은 시티투어였으니 우리가 무어라 할 순 없겠다 정말.
싱가폴은 화교가 대부분이라 공항에서도 우리가 뒤돌아서서 가면 뒤에서 중국말로 어쩌고저쩌고 막 이야기를 한다.
한번은 면세점에서 우리 이야기를 언니들끼리 쏙닥 거렸는데 계산할 때 괘씸해서! 일부러 중국말로 계산했다.
오늘의 제자 내일의 중심 수련회 티에 엉덩이 글씨 써진 트레이닝 복을 아무생각없이 입고 갔는데 그걸 갖고 뭐라한거 같다.
어쨌든 우린 맛나게 밥을 먹었고, 어쨌든 공항은 예쁘고 참 잘 정돈되어 있었다.
대학교 1학년때 산 초딩같은 운동화를 거의 처음 신었던 것 같다.
상해에 있다 한국으로 결혼준비하러 간데다 있는 짐마저 상해로 보냈고 따로 옷을 사거나 신행 준비를 안해서
한국에 옷장과 신발장 맨밑에 남아있는 것들을 다 주어 담아 갔다.
그래도 우리는 사랑 변치말기로 해- 하며 꿈같은 몰디브로 향했다.
몰디브 공항에 도착하니 커플룩을 안입은 우리는 너무나 튀었다!! 정말 한 커플도 없었다!!!!
머리끝부터 운동화까지 쌍둥이처럼 신은 분들은 대부분 이거니와 하다못해 청바지에 검정 티셔츠라도 곱게 입으셨더라.
물론 그들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우린 중국 사람처럼 따로 갔다. 나는 고단해서 가끔 의자에 드러눕기도 했다. 깔끔하신 우리 신랑님은 적응 못하셨다.
천 이백여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몰디브는 공화국이었다.
사람들이 사는 섬은 일부이고, 보통 큰 섬이 아니고는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가 있다.
그래서 그 섬에 들어가면 거기서만 살다 나와야 한다. 뭣 모르고 옆에 있는 리츠칼튼인가 쉐라톤인가에 놀러가겠다고 하니
경비가 천불이상 나왔다.
우리도 공항 근처에서 하루를 투숙하고 담날 아침 일찍 호텔에서 나온 까맣고 체격좋은 멋진 아저씨가 우릴 데리러 왔다.
아저씨의 새하얀 린넨 유니폼이 몬가 우릴 더 기대하게 했다.
에어택시를 타고 우리가 지낼 섬으로 이동하기 전 대기실에서는 간단한 음료 등을 주는데, 그때 처음 마신 물에 우린 완전 반해서
상해에 와서도 계속 그 물만을 고집하고 있다. ㅎㅎ
VOSS
스파클링과 일반 두 가지가 있다.
단연 스파클링이 지대다.
에어 택시를 타기 전에 저기 서서 사진을 찍어준다. 그들이 가지고 온 카메라로 찍어서는, 호텔에 도착하면 감쪽같이 액자에 넣어 침대에 올려준다.
덕분에 이 사진은 아직도 우리집 서재에 있고 아직도 나는 오빠의 저 샌들을 구박하고 있고 아직도 오빠는 유명 브랜드 뭐라며 자부하고 있다.
유후♪ 날아간다
신랑은 중간에 귀마개를 빼어 보는 모험을 했다가 기절할 뻔 했다.
보인다 보인다 우리섬이 보인다
다시 보트로 이동한다.
정말 비행기도 경유하며 하루는 간 것 같다. 완전 체력이 바닥을 치게하는 먼 곳 이었다.
이때 안 가면 정말 못가겠구나 싶은 먼나먼 곳으로 거의 도착.
늘 바빴던 당신은 잠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는 정말 자고 자고 또 잤다.
어떻게 저렇게 잘 수 있을까 싶게 잤고 난 성격대로 모든 짐을 풀어 구석구석에 정리하고 있었다.
잘자고 쉬는걸 보니 아무것도 할 것 없는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 싶긴 했다.
그가 드디어 긴 잠에서 깨어나 우린 바깥으로 향했다.
당신이 이기는 마지막 그 순간.
당신은 실로 행복해 했다.
우린 정말 뒹글뒹글 여유로운 베짱이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호텔 어디에서 무얼 하든지
당신은 지금 더블유에 있습니다- 하고 세뇌를 하는 것 같았다.
방에 들어가면 항상 더블유의그 몽환적인 약간 미래적인 노래가 취하게 흘러나오고 잘나가는 쌈쏭 SAMSUNG 티비에서도 계속 호텔 소개다.
우린 들어갈 때마다 징그러워하며 모두 꺼버렸고(정말 세뇌당하는 기분이었다)
밤이 내리면 리조트 길 어디에선가 스피커가 속속들이 있는지 그런 흐느적거리는 노래가 나온다.
정말 작은 소품 하나하나도 모두 더블유스럽고 실로 더블유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꽤 있고
그 특유의 폰트로 매일 날아오는 뉴스페이퍼와 편지들은 더블유에 반하게 했다.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베어있는 호텔과 몰디브 자연을 적절히 즐기며 계속되는 우리의 허니문은 즐거웠다.
테이블이 조금 넓어서 당신의 하는 이야기가 잘 안들릴때도 있었지만 키친에서의 식사는 베리귿
따끈한 빵이 식지않게 아기처럼 쌓여 바구니에 나온다. 빵과 버터맛은 정말 꿀맛
남편이 '우'라고 써 놓고 좋아하고 있다
몰디브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우리는 행복했다.
니안에 나있다
배고파 밥을 기다리는 중
좋아하는 달걀 반숙이 흐르는 샌드위치. 와우
매일 오후가 되면 간식이 배달된다. 오늘은 머쉬멜로우와 따뜻한 쵸콜릿.
리조트내에는 아침 부페먹는 KICHEN (물론 점심 저녁도 가능) 외에 FISH(해산물) FIRE(비비큐) 등 식당이 있다.
오오 메뉴판에 심해 물고기 머리에 달린 불도 있고 기대하며 두근두근
기대와 가격에 비해 어처구니없는 식사가 서빙되었다.
그래도 우린 아침식사를 위안삼아 살았다.
먹었으니 이동
너무나 더워 저렇게 가다가 쉬어 주어야 한다. 덥다기 보단 뜨겁다는 표현이 더 맞다. 그늘로만 가면 시원~
도착했다 드디어. 언제 어디서나 W는 늘 강조되어 있다. 내 참.
정말 좋구나
집에 돌아왔다. 집 앞에는 물동이와 바가지가-
여보, 당신 표정은 어찌된 거요
스노클링하러 매일 보트가 나가는데 기다리는 중. 저 굳 애프터눈 발판은 하루에 세번 바뀐다. 귿 모닝. 귿 애프터눈. 귿 나잇.
온다온다 보트가 온다
바다를 나가다가 돌고래 군단을 만났다 후후
신혼여행 마치고 바로 구정 연휴인데 까매진 얼굴로 한복입고 어른들을 뵐 생각을 하니 아찔~
스노클링을 신나게 다녀오니 정말 피곤하여 온 몸이 노골노골
오후엔 노을이 좋다는 SIP을 방문 했으나 늦은 시각이 아니었는데도 이미 좋은 자리는 후후 내 것이 아니었다.
우리도 한모금 마셔볼까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문다.
스파 어웨이를 다시 방문.
멋진 전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마시지를 기대, 꿈만 같구나_ 했지만
중국 발 맛사지에 비하니 역시 가격대비 어처구니없는 서비스를 받았다. 간지럽기만 하고 언니의 의자와 투명 원통에 담긴 발담그는 바닷빛 물만 이뻤다는
집으로 돌아가자- 또 다시 숲 길을 걷는데 이런 환경에 벌레 한마리 없다는 건, 어마어마한 살충제를 쉴새없이 살포하기 때문인걸까. 궁금했다
그리고 가는 길목 길목에 있는 무료바는 아이스크림 음료수 타월 기타 등등 용품을 제공한다.
와우 우린 아이스크림
아스크림먹으며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떠나올 때 리조트에 부탁하고 왔는데 석달 후 쯤 부모님께서 받으셨다. 중간에 분실된 줄 알고 속상하고 서운해 하며
리조트 서비스를 탓하고 그랬는데 아름다운 몰디브를 가득담은 우표들이 쪼로록 붙어왔을때의 감동이란 +_+ ♡
리조트에서 하는 스노클링, 정신없이 거북이와 신기한 열대어들과 하얀 해삼에 넋을 잃고 보니 해질녘이 되었다.
주운 산호조각들은 지금 우리집 화장실 어항 속에 살고있다.
산호도 다시 씻고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정말이지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글씨도 쓰고 큰 하트도 그렸는데 바보처럼 사진을 찍을 때가 되니 파도에 모두 지워졌다. 근데 좋다고 웃고있다.
마지막날 오후였다.
집에 가니 잘 가라고 편지도 와있고
마지막 감동의 아침 식사를하고
이런 유치한 사진도 좀 찍어주고
에어 택시에 올라탔다.
수도 말레에 도착,
공항에는 각 호텔 리셉션이 저렇게 줄서있다. 우릴 픽업해 주었던 그 아저씨.
인천 공항에 도착. 추워서 비행기 양말을 신었더니 도우너가 되었다.
몇 개 안 산 기념품.
몰디브에서 돌아온지 며칠 안 되어 역시 어처구니 없는 신문 기사를 발견했다.
기자분, 혹시 드셔보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