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 결혼이었다.
내가 평생토록 꿈꾸던 꽃이 흐드러지는 아름다 운 정원에서 올리지도 않았고
하트모양 버터와 안개꽃이 접시마다 테이블마다 예쁘게 올려져 있지도 않은
연보라 라벤더를 한 가득 얹은 회하늘색 까브리올레 웨딩카도 없었다.
신랑 실크타이를 고르려면 일년, 적어도 반년은 온 유럽을 다 뒤지며 내 손으로 하나하나 다 고르며 준비하고 싶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고
하나님께서 관심있으신 부분도 아니었다.
하나님 앞에 헌신 할 수 있는 남자면 되겠다. 딱 그 단 하나의 생각이었는데 정말 그런 남자를 만났다.
다행이 내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을 땐, 하나님께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지내려고 하다보니 어느새 결혼이 눈 앞이었다.
한번은 내가 엠케이 사역으로 내륙에 갈 뻔한적도, 또 한번은 결혼 준비하며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모두 지나가고 우린 부부가 될 수 있었다.
반지도 시계도 없이 숟가락도 안들고 홀랑 시집을 왔다.
모든 가족이 감사하게도 동의해 주셨고 이런거 저런거 없이 우린 잘 살고 있었다.
그러다 귀여운 아기가 생겼고 기대하며 낳은 아기는 감사하게도 한 두시간만에 순산에 성공했다.
의사도 간호사도 예상하지 못한 짦은 시간에 이루어진 출산에 나는 애기 열도 낳겠다-농담을 했다. 역시 난 계획대로 넷인가 하며 말이다.
그런 귀여운 아기는 귀여워야 하는데 너무나 버거웠다.
나는 남편도 아이도 좋았고 그런 가정을 잘 섬기고
아내로서의 역할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할거라 생각했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모습인지.
하나님께 의지하기 보단 내 생각과 내 결정 내 의견이 더 앞섰고, 계획대로 일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너무 힘들었다.
정말 사소한 하나하나부터 나는 더 더 더 잘하려고 했고 그럴수록 역부족이었다.
나는 끝까지 안간힘을 쓰며 '내가' 그린 훌륭한 아내와 엄마 자리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났다. 아마 일년도 훨훨 지나서야 깨달았던 것 같다.
나는 정말 할 수 없어서 두손두발 다 들고 완전히 납작 엎드려 난 정말정말 못해요 하나님. 정말이지 못하겠어요 난.
그 고백이 떨어졌을때 그때 나도 살고 우리 가족도 산 것 같다.
혜빈이도 더 평안과 기쁨을 누리는 모습으로 커가는 것 같다.
'성경먹이는 엄마' 쓰신 최에스더 사모님께서 작년 가을인가 상하이한인연합교회에 잠깐 들르셔서 성경적 양육에 관한 강의를 하신적이 있는데
부모로서 갖추어야 할 첫번째는 바로 |성령충만|이라 하셨다. 암송이 어떻고 그런건 강조하시지도 않았거니와 내 머리에 남는 것은 딱 하나였다.
아 정말 맞는데. 나는 왜 이 기본들을 눈 앞의 내 의와 내 욕심들 때문에 못 보다가 이제서야 깨닫는걸까.
역시 나의 죄가 하나님과 나와의 사이를 내는구나. 나는 정말 바닥을 쳤다.
성령충만하면 인내도 체력도 사랑도 지혜도.
진정한 사랑과 지혜는 역시 하나님으로 말미암는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그러면서 계속 헤매었지만)
내가 하나님 앞에 바로서고 깨어있으면, 그 모든게 하나님 일 하시는대로 순적히 흘러가는구나.
사실은 시기적으로도 헤롱헤롱 비몽사몽이었다.
조혜빈은 생후 2-3주 지나니 아침6시가 되면 배고프다고 깼고 순한편이어서
사람들의 거저 키운단 말을 많이 들으며 길렀음에도 불구하고
두시간에 한번씩 수유를 하고 두시간 중 수유시간 30분, 트림시간 10-15분을 제외하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고
그 사이에 나는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바꾸거나 유축을 하거나 간식을 먹거나 잠시라도 앉거나 누워서 쉬어야했다.
수유나 유축할 때 힘을 좀 준다 싶은 목 허리 손목 손가락마디 뼈가 빠지는것 처럼 아플때면
정말 내 한몸 이렇게 아기낳고 기르다가 늙어가고 병들고 그러는구나. 어차피 썩어질 몸 쓰다 버리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뼈가 없는 오징어같은 시절이 지나니 100일 된 혜빈이를 안고 상해로 돌아와야 했다.
모자실에서 계속되는 정신없는 예배는 집중하기 거의 불가했고 집에서 어떤 말씀을 듣기에도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말씀을 보려면 하강하는 체력에 졸음이 쏟아지고
내가 힘들었던 것은 그렇게 공급받지 못함과
한 시도 미룰수 없고 멈출수 없는 아기돌보기가 나와 아주아주 찰싹 달라붙는 관계로 주셔서 분명한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는다는 숙제였다.
아기 독차지가 된 내 몸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했다. 때마다 난 그의 밥이니 달려가야 했고 내 몸을 여지없이 드러내야하는 난 더이상 여자가 아닌
밥이었다. 아기를 낳고 매일 드는 생각은 난 혜빈이 밥이구나. 밥와- 하면 가야하는.ㅜ
하루종일 수유하는 내가 가축같았다. 아줌마스럽다는 그 말이 나올수 밖에 없는 이 과정을 겪은 여성은 정말 대단한 여자다.
한번 잠들면 엎어가도 모르던 나는 아기엄마가 되고는 조금도 깊이 잠들지 않는다. 이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깨고 지켜보는 내가 너무 측은했다.
나도 맘껏 자고 영화도 보고 속편하게 신경"안" 곤두선채 살고 싶었다. 어디 부딪칠까 떨어질까 한시도 긴장을 늦춘적이 없었다.
절망적이었던 것은 (아기 낳았을때 영국에서 축하전화를 해준 수진언니의 "이제 다리 건넜어 앞만보고 가는거야"했던 말처럼)
이 일을 내가 끝없이 계속해서 하루 24시간 동안 매일매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쫌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잠시 쉬었다가 갔으면 좋겠구만 아기는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나는 늘 양보해야 했다.
엄마의 사랑은 기다림과 인내와 희생이 함께하나 보다.
(크리스챤이라면 누구나겠지만 특히나,) 아기엄마로 살아남기위해 큐티를 온전히 집중해서 할 필요가 있으며
암송으로 말씀을 깊이 묵상하는 것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용기내어 시작한 일대일 양육반은 혜빈이에게 미안한 부분도 많았지만(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서)
말씀 암송과 쓰기가 정말 은혜로왔다. 하나님 어떤 분이신지. 예수님 십자가 보혈의 능력을 다시한번 묵상하며
정말 그의 이름을 높이고 찬양만 하게 되었다.
여호와여 광대하심과 권능과 영광과 이김과 위엄이 다 주께 속하였사오니 천지에 있는 것이 다 주의 것이로소이다
여호와여 주권도 주께 속하였사오니 주는 높으사 만유의 머리심이니이다
부와 귀가 주께로 말미암고 또 주는 만유의 주재가 되사 손에 권세와 능력이 있사오니
모든 자를 크게 하심과 강하게 하심이 주의 손에 있나이다 |역대상 29 : 11 12|
결벽증과 정리벽과 강박증 기질이 아주 다분한 나는, 혜빈이가 크리스마스 나무를 잡아당겨
화병과 유리 오너먼트들과 어릴적부터 모아왔던 성탄장식들이 모두 와장창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을때
혜빈이와 남편이 다치지 않은걸 감사하며 조금도 마음이 상하지 않았고 차분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만큼 혜빈이와 상황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던 것 같다.
내가 정말 금쪽같이 아끼는 아이들임을 알기에 남편은 기겁했지만(내가 장식을 하나하나 꺼내며 설명하는 그 표정을 보며 남편이 조금 어이없어했다.)
하나님께서 나를 긍휼히 여기셨는지 비엔나 크리스마스마켓에서 사온 그 얄브리한 오너먼트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오 하나님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 앞에서 한결같은 사람으로 살겠다며 시작했던 결혼생활 첫 나의 기도제목은
남편이 생기고 자녀가 생기고 나와 우리의 소유가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많아 질텐데, 그것들에 마음이 빼앗겨 하나님을 잊거나
점점 많아지는 소유를 다스리느라 여념이 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이었는데
여지없이 나는 그러고 있었다.
내가 하나님 앞에 바로서지 못한 시간 동안 있었던 그 어떤 섬김도 선행도 헌금도 베품도 수억으로 환산한다 해도
그 모든걸 하나님 기뻐 받으시지 않음을 깨닫는 당연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곳이 바로 장막이고 이곳이 바로 하나님을 예배해야 할 곳이다.
나실인처럼 그렇게 구별된 순결한 삶은 일상에서 모두 이루어졌다.
엄마가 되어 간다는 것. 아내가 되어 간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 주님 다시오실 때까지 우리의 숙제겠다.
주님 다시 오실때까지 나는 이 길을 가리라
좁은문 좁은길 나의 십자가 지고
나의 가는 이 길 끝에서 나는 주님을 보리라
영광의 내 주님 나를 맞아 주시리
주님 다시 오실때까지 나는 일어나 달려 가리라
주의 영광 온땅 덮을 때 나는 일어나 노래하리
내 사모하는 주님 온세상 구주시라
내 사모하는 주님 영광의 왕이시라
당근이지 무조건 가
근데 너 결혼할때 나한테 뱅기표 보낸다고 하지 않았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