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진행된(? 누구의 의도도 아니었는데ㅡㅡ) 결혼 덕분에, 지금의 남편 조성환 씨는 거의 만난 얼마 후 부터
프로포즈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셨다. 데이트 횟수가 적었기 때문에 몇 가지 이벤트 계획이 무산되길 거듭하며
우리의 프로포즈는 멀어져만 갔다. (물론 나중에 모두 안 사실이지만)
어차피 상견례도 마치고 식장도 잡았는데 이제와서 프로포즈는 의미가 없다며 그런건 하지말라고 몇번을 얘기했다.
그때마다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지 평생의 실수로 남을지에 대한 남편님의 고민은 계속 되었다.
2007년 12월 24일,
결혼식을 한달 앞두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흑인 진저브레드와 함께 했다.
예비 부모님께 드리려고 이것저것 만드느라 이미 난 녹초가 되어 있었고 그 과정 중 탄생한 흑인 몇마리를 남편에게
데리고 나오고 일부는 어머니께 드렸는데, 소녀같으신 어머니께서는 까맣게 탄 진저맨들이 귀엽다며
한참을 부엌에서 거두셨다.
좋아하는 임페리얼 팰리스에서 밥을 먹고 집으로 가려는데
남편이 위에 잠시 들려야 한다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내가 좀 제정신이었으면 눈치챘을까
우리 모두에게 감사하게도 난 눈치를 전혀 못챈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근데 깜딱이야
호텔 복도가 아닌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하나님의 자녀된 당신에게도 이런면이? 실망반. 아. 남자는 모두 그런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날 보고 남편도 놀란듯 했지만 계획대로 방문을 열었는데 정말이지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수국에 작약에 안개꽃 한다발.
좋아하는 꽃은 죄다 모여있었다.
풍선을 보고서야 한숨 놓았다.
하지만 끝까지 침대 끄트머리에도 앉지 않는 나를 보고 남편은 속으로 웃었단다. 당연하지 얼마나 무서웠는데.
우리는 선물로 준 쿠키박스만 들고 나왔다.
그리고 남편이 프로포즈할 때 반지와 함께 준, 얇은 파일 하나.
우리가 처음. 만날 때 부터 한줄씩 쓴 일기였다.
모든게 미정인 상태에서 만나, 만나자마자 또 다시 헤어지게 되고 정말이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그때의 고백들과 떨림들 하나님께서 하셨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모든 상황들이 빠짐없이 있었다.
파일 맨 앞에는 짧은 글 하나가 있다.
All of us are born with the need to share
our lives with someone. During the years
the fulfillment of this need can be the cause
of constant concern and occasional pain.
For it can’t be fulfilled by one person
reaching, but only when two are willing
to meet halfway.
날을 잡아도 프로포즈는 꼭 하는 것이 남자 평생의 짐을 더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다시 봐도 설레는 순간이었겠어요. 아미씨는 이름처럼 넘 우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