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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9 04:18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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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믿음이란 무엇일까? 크리스챤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질문을 자주 받는 편이다. 매번 얼버무리긴 하지만, 한번쯤 깊게 생각해보고 싶게 하는 주제임에는 틀림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믿음이라는 것이 그만큼 가치있고,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굳이 바울 사도의 정의를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믿음이라는 것이 크리스챤에게 익숙한 개념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의 추세를 보면, 믿음이라는 개념이 더이상 크리스챤이나 그 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닌 듯 하다. 신용이라는 이름으로, 믿음이라는 개념이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고, 널리 사용되고 있기 떄문이다. 그렇다면, 크리스챤이 말하는 믿음과, 사회에서 말하는 믿음은 동일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깨어진 관계를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불신'이라는 넘기 힘든 벽이 그들 사이에 가로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방의 중대한(또는 사소한) 잘못으로 인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은 사람은 두번 당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자기자신을 보호하고자 하고, 이것의 일환으로 (상대방이 용서를 구하는 경우에도) 관계를 영원히 끊어버리는 짓을 서슴없이 행하고 만다. 이러한 행위는 (아무리 용서가 미덕으로 강조되는 사회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정당하고, 이성적인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행위는 믿음이라는 이름아래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피해자는 진정 상대방을 믿었다고 할 수 있을까? 상대방이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 또는 그가 말한 것에 부응하지 않았다고 하여 변해버리는 그 믿음은 믿음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것일까?

  물론 믿음이라는 것이 덕목으로 여겨지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것을 믿고 안 믿고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사고방식에 의한 것이며, 어떠한 가치도 개입될 수 없는 그저 개인의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믿음의 총체를 올바로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믿음은 한 개인의 내적인 성찰과 결단의 결과이며, 굳은 의지와 지속적인 노력없이는 지켜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의 특성은 믿음이 단순한 취사선택을 결정하는 기준이 아닌, 개인의 성찰과 노력을 수반하는 덕목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믿음이 믿음이기 위해서는 형이하학적인 것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형이하학적인 것에 좌우되는 것은 절대적인 가치 내지는 덕목이 될 수 없다. 사회에서 말하는 상처받은 영혼들이 흔히 내세우는 분노의 근거는 믿음의 상실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성실의 문제이다. 상대방이 기대한 바에 어긋나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기 보다는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물론 성실하지 않은 사람을, 그 사실을 직접 체험한 뒤에도 믿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사람을 믿기로 했다면, 그리하여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믿음이 될 수 있다. 마치 온전한 사랑이 그리한 것처럼...

  크리스챤은 믿음을 '결단'이라고 한다. 믿겠다고 '결단'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을 믿음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믿음을 '결단'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한 판단과 의지를 수반한다는 증거이며, '결단' 이 후로는 그것의 대가가 아무런 메아리 없는 비참한 지경에 이를 지라도 굳게 지키겠다는 강한 각오를 의미한다. 만약 누군가가 상대방의 배신에 상처를 입었다면, 그는 어쩌면, 이러한 결단 없이 너무 쉽게 믿음이라는 가치에 도전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일시적인 감정에 따른 친밀감이나 특별한 관계 내지는 마음을 믿음과 혼동한 어리석음의 대가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상처가 마치 훈장이나 되는 것처럼 '믿음을 져 버린 사람'보다 도덕적 우위를 점한 체,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믿음을 져버린 데에 따른 정당한 권리가 아닌, 그저 상처받은 자존심을 보상받고자하는 알량한 욕심에 불과하다.

  믿음을 이렇게 이해할 때, 비로소 진정한 믿음의 대상은 하나님 한 분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오직 그 분만이 신실하시기 떄문이다. 사람을 믿지 말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쉽게 변하는 사람의 특성에만 근거한 것은 아니다. 믿음이 사회에서 말하는 시시각각 변하는 차원에 머문다면, 그것은 분명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의 열쇠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빈약한 것이 되고 만다. 기독교의 구원을 어느 순간부터 값싼 것처럼 생각하게 된것 역시, 믿음을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믿음은 절대적인 것이다. 진정한 믿음 앞에 '불신'의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하나님 외에 다른 것에 고귀한 믿음 쏟아 붓는 것은 지나치게 헤픈 짓이다. 얼마나 힘들겠는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을 지고지순하게 믿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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