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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0 21:53

삶의 의미?

조회 수 605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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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란 쿤데라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아닐까 싶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까...물론 영화는 프라하 어쩌구였지만...암튼....
  
  나에게는 고등학교 때 뽀대 낼라구 괜히 가방에 넣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제목부터 멋지지 않은가...(사실 그때는 제목이 먼소린지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다..-_-;) 남들 문제집 들고 다닐 때, 이런 책 들고 다니는 내가 왠지 뿌듯했을 뿐...정말 그뿐이었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허무함을 경험하면서, 삶의 의미와 목적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삶의 의미...과연 있기나 한건지...있다면 모든 삶은 다 의미있는 것인지...아니라면 어떤 삶이 의미있는 삶인지...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가끔 나를 멍..하게 만들곤 한다...

  얼마 전 우연히 TV를 틀었다가 김득구의 마지막 경기를 처음부터 지켜보게되는 행운(?)을 얻었다. 영화로도 나오고 하긴 했지만, 실제 경기를 직접 보는 것만 하겠는가...나는 14회에 끝이 난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 외에는 당시의 사람들과 동일한 흥분과 긴장 속에 빠져들 수 있었다.

  초반에 다소 밀리던 김득구는 시간이 가면 갈 수록 힘이 나는 듯했다. 그러나 14회에 점점 다가갈 수록 나는 점점 우울해졌다. 맨시니는 김득구의 투지와 체력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고, 그럴 수록 김득구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치 '이제 한방만 제대로 맞추면...'이라고 스스로 되뇌이는 것처럼...

  13회를 김득구는 너무도 멋지게 마무리 한다.13회가 마치고, 카메라는 이상하게도, 그동안 잘 비춰주지 않던(홈그라운드의 텃세였으리라) 김득구의 코너를 비췄다. 13회에서 분전한 그의 모습에 현지인들도 감격한 것일까? 그러나 나에게는 삶을 20여초도 남기지 않은 한 인간의 마지막을 예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승부에 대한 집념과 이제 고지에 거의 도달했다는 자신감이 그의  얼굴에 넘쳤다. 한국에 두고온 약혼자와 뱃속에 있을 자식을 생각했을까? 승기를 잡았다는 확신 때문이었을까? 너무도 의욕에 넘치는 그의 모습은.....나에겐 슬픔이었다....

  시간은 짧았다. 링이 울리자마자 날린 맨시니의 왼손 훅을(참고로 맨시니는 오른손 잡이다.)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잠시 방심한 순간 맨시니의 오른손은 김득구의 안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맞는 모습을 보고 아무도 맨시니의 승리를 의심할 수 없었다. 맨시니는 두손을 번쩍들었고, 관중은 환호하며, 링위로 올라왔다. 심판은 카운트도 하지 않았다.....

  삶에 의미가 있을까? 젊음과 투지를 불사른 한 젊은이의 삶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으니까, 의미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본인에게도 그것이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의미있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김득구를 보며,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곳간을 가득채우고 뿌듯해하던 성경에 등장하는 한 부자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었을까?  

  인간의 삶은 그것을 의미있게 해주는 존재와 함께할 때 의미있을 수 있다.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한치앞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우매함과 쓸데없는 노력과 의욕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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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uston 2003.03.11 19:08
    인간의 삶은 그것을 의미있게 해주는 존재와 함께할 때 의미있을 수 있다.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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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ungee 2003.03.22 01:03
    그래..어쩌면 요즘 내가 느끼는 인간의 외로움은 내주변의 그 나를 의미있게 해주는 것들이 너무 작고 미세하게 느껴짐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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