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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5 01:49

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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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인문대로 가는 길 중간에 기념비가 하나 있다. 저학년 시절,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 앞을 수없이 왔다갔다 했었고, 재미삼아 해초조각상이라고 불렀드랬다.
  
  그것이 박종철의 기념비이고, 해초를 조각해 놓은 것이 아니라, 물고문 당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안 뒤에도, 그 기념비가 기리고 있는 한 청년의 삶과 순수함을 발견하지는 못했었다.

  오늘 그의 삶을 재구성한 드라마가 2부작으로 방영되었다. 원래 TV를 잘 보지 않은 탓도 있었겠지만, 드라마를 보고 나의 삶이 부끄러워본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토록 치열하게 살다간 그에게 비추어진 나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진 것은 왜일까? 딱히 잘못을 찾을 수가 없다. 그의 삶은 그가 살던 시대의 보편적 모습이었고, 나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 뿐인데, 왜 나는 그의 삶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을까? 치열한 그의 삶에 비해 지나치게 안락한 삶을 사는데 따른 미안함일까? 아니면 그들의 노력에 의해 지금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고마움이나 빚진 마음때문일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삶을 지탱해온 순수함과 열정이 나에게는 없다는 것이다....있다해도, 그것은 이미 그의 것과 비교하기에는 너무도 작아져버린 것 같다. 친구들이 잡혀가고, 선배가 투신하는 상황에서, 그저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운동에 가담했던 그의 순수함이, 작은 결정하나도, 무엇이 가장 큰 이익이 되는 지 이거저거 다 따져보고 내리는 나의 모습엔 없다....가난하고 어려운 중에도, 자신의 것을 동료와 나누며, 부족해도 함께하기에,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기에 행복했던 그가 가졌던  열정이, 단지 자신의 쾌락과 순간적 즐거움을 좇는 나의 삶엔 없다......

  윤동주나, 이육사의 시를 읽고 가슴이 뜨거워져 어쩔줄 모르던 나의 순수함은 어디로 간 것일까.....훗날 하나하나 이루고자 했던, 비록 작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던 나의 꿈들은 도대체 지금 어디에 있을까..........

  눈물이 난다.....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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