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by 정렬 posted Mar 1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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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두께도 얇고, 내용도 멋지고...가끔 삶에 대한 무료함과 허무함에 지칠 때,
다시 보면 힘을 주는 책 가운데 하나다...
결말이 허무한데, 삶이 허무할 때 읽으면 힘이 된다니 말도 안된다고?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삶을 부조리하다 하며, 인간의 실존은
그러한 삶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에 있다고 한다.
허무한 노동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시지프가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돌을 보며, 그럼에도
다시 돌을 산정에 올리기 위해 뒤돌아가는 순간......그것이 인간의 실존이다.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돛새치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모습은
시지프의 모습과 맞닿는 면이 있다. 돛새치와 노인...그들이 투쟁을 통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움에 임하는
그들에게 나는 비장함 뿐 아니라 어떤 위엄을 느낀다. 그들이 보여주는
용기와 인내는, 시지프의 그것 못지 않게 숭고하다.
노인이 보여주는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 인간상은 그러나, 그의 끝없는 희망에 대한 의지가 있기에, 더욱 빛이 난다.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우리는 삶을 꾸려갈 의미와 의욕을 발견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세상에 상어같은 인간들이 많다는 것은 큰 불행이다.
나의 삶에 대한 태도도 반성해 볼 일이다. 어느새 이러한 것에 물들어 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님은 너무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