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조회 수 2191 추천 수 0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아스피린 두알이면 잊을수 있다>
처음에 나는 당신을 갖고 싶어하지 않았고 당신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것이 달라졌다.

내이름은 한나K. 집은 주택단지 26블럭에 있다. 72번지다.
봄날 저녁이었다. 비가왔다. 아무것도 하지않은채 시간은 많이 흘렀다. 당신의 집으로 가는 길에는 헤아릴수 없이 많은 벚나무들이 서있었다. 당신의 집은 27블럭이 시작되는 곳에 있다. 검은 자동차 보닛위에 젖은 벚꽃의 흰비가 내렸다.
내가 당신을 만나기 시작하자 내친구들은 모두 그만두라고 말했다. 당신의 친구들도 만일 알았다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처음에 나는 당신을 갖고 싶어하지 않았고 당신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번째 만나는날 당신은 나에게 말했다.

-한나, 우리는 너무 많이 만났으니 이제 헤어지자.
나는 좋다고 했다. 주전자에서 차가 끓었다. 뜨거운 차에 밀크를 타면서 나는 다시한번 더 말했다.

- 그래요. 좋아요. 이제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어요.
다른 남자를 만나면 되지 뭐. 괜찮을 거야. 이런일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당신의 집을 떠나 벚나무의 거리를 걸어오면서 나는 마음이 아팠다. 아, 안돼. 그럼안돼. 절대로 안돼. 시작하면 안돼. 아무리 밤의 벚꽃이 아름다워도 안돼. 곧 사라지고 말거야.

모두들 그만두라고 말했다.
-나, 당신을 좋아하나봐. 헤어질수 없어요.
-그런감정은 이제 곧 사라진다. 아스피린을 두알먹고 푹자고나면 내말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밤의 벚꽃거리를 달려 당신의 집 창가에 선다. 주먹을 쥐고 창문을 두드린다. 집안에서는 아무반응도 없다. 페이브먼트에 내리는 빗물소리와 집안의 텔레비전 축구중계와 가스대 위에서 끓고 있는 주전자 소리때문인가? 아프게 두드린다. 마침내 당신이 나와 창문을 연다.

-왜? 왜? 왜? 한나, 우리는 이제 만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말을 잘 들어야지. 그렇지?

-미안해요. 난 젖었어요. 집안으로 들어가면 안될까요?

당신은 타월을 가져다주고 차를 끓여주고 친절하다. 그리고 텔레비젼 앞으로 가 앉으면서 말한다.
-일본과의 축구 결승전인데 난 이경기를 놓칠수 없어.
-나, 당신을 좋아하나봐.
-이봐, 한국이 형편없이 지고 있어. 뛰는게 아니라 차라리 절름거리고 있군.

-헤어질수 없어요.

-우리는 겨우 1백m 떨어진 곳에서 살고있을 뿐이야. 그런데 어떻게 계속할 수가 있나?
-불편하면 내가 멀리 떠나겠어요. 하지만 당신을 잊지는 못하겠어요.
-한나, 넌 아직 어리다. 그런 감정은 이제 곧 사라진다.
아스피린을 두알먹고 푹자고나면 내말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
넌 곧 다른남자를 만나게 될거고 그 사람이 운명이라고 생각할 거야.

나는 이제 그것을 안다.
어떤일이 정말로 끝날때 눈물은 나오지 않고 어두운 밤의 박쥐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것을...

혹시 내가 자살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어 그이후 당신은 나에게 한번 전화했다.
-하이, 잘지내고 있겠지? 하고 물었다.
-물론 잘지내고 있어요. 축구는 어떻게 되었나요?
-연패했어. 우울하군. 기분전환이 필요해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중이지.넌 어떤가.
-음, 새 블라우스와 화분을 샀어요.
-Good. 즐겁게 지내도록. 새 남자친구도 만나도록 해.
-그럴 생각이죠.

고양이 먹이를 사가지고 오면서 길을 건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나에게 마지막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사람은 짐승의 모습이 남아있기에 본능이 가르쳐 주는 것이다.
나는 이제 그것을 안다.
어떤일이 시작될때 섬광이 없으며 어떤일이 정말로 끝날때 눈물은 나오지 않고
어두운 밤의 박쥐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당신은 현존하지 않고 동굴의 환영으로만 있다.

그래서 격렬한 고통도 없이 나는 오래오래 아프다...

--------------------------------------------------------------------------------------------------
작자를 알수 없는;;
좋아하는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는데
올린 분도 작가를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구요-
;;
혹시 아는 분 계시면 가르쳐주시길..^^;
?
  • ?
    수정 2003.10.04 22:34
    하루키류의 소설인줄 알았어...뜻하지 않은 반전같아..반전이라 할 수 있을까..-_-
    어째든..순간 그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났어..모모모..그래..//
  • ?
    kimi 2003.10.04 22:56
    응 그런류를 좋아하는 사람이 쓴것같음;(한국사람이잖어 그치..;)
    니가 잊으라면,
    그래..
    이노래 말이지;
  • ?
    경민 2003.10.06 05:35
    작자 : 배수아 ^^
  • ?
    nungee 2003.12.30 15:50
    마지막한마디가 좋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아스피린 두알이면 잊을수 있다 4 kimi 2003.10.04 2191
183 1963/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 5 kimi 2003.09.06 886
182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헬렌 필딩 kimi 2003.08.10 867
181 나에 대한 헛소문 사태 kimi 2003.08.10 867
180 Distance-Utada hikaru (m-flo remix) 2 kimi 2003.07.17 1184
179 이상한 나라 不思議の國 - Kuraki mai 6 kimi 2003.07.17 1374
178 나선- 요시모토 바나나 4 kimi 2003.07.11 689
177 스파게티의 해에 -무라카미 하루키 3 kimi 2003.06.27 1331
176 Spend a lifetime - youhanla 1 kimi 2003.06.27 634
175 sweet & bitter <포트폴리오> 4 kimi 2003.06.17 6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