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고 옷 같은 것도 안 된다. 취향이라는 그 복잡한 함정에 걸릴지도 모르고 , 또 리처드의 옛날 애인인 비열한 질리를 떠오르게 만들지도 모르니까.
비열한 리처드는 물론 질리와 다시 만날 생각은 없지만, 주드와 사귀고 싶지 않아 아직도 질리와 사귀는 척하고 있다. 나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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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불륜에 빠져 자신의 배우자를 버릴 때 그 누구와도 불미스런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 드는지 모르겠다. 남편과 더 이상 함께 있을 수 없다며 뛰쳐나온 다음에 전 남편이 칫솔 꽂이만 봐도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동안, 단 이주일도 안되어 신사용 가방을 든 훤칠한 오마 샤리프 타입의 남자와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고 말하는게 상대에게 상처를 덜 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건 진실을 말하는 편이 훨씬 나을텐데도 짐짓 변명을 둘러대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람들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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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들은 다니엘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 불행히도 나는 <코스모 폴리탄>세대로서 슈퍼모델들과 수많은 퀴즈 프로그램에 의해 가슴속에 지워지지않는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 탓에, 나의 개성이나 육체 그 어느 것도 아무런 노력도 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중압감을 어쩌면 좋지? 약속을 취소하고, 계란 묻은 카디건을 입고 도넛이나 먹으면서 저녁을 보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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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남자의 애정을 끄는 방법은 미모도 아니고 음식솜씨도 아니며, 섹시한 몸매나 매력적인 성격이 아니라, 단지 그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오늘 나는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다니엘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않고 (웃지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바쁜 척했다. 메시지 도착 신호가 반짝이고 있었지만, 나는 한숨을 쉬면서 내가 마치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있는 매우 아름답고 중요한 사람이라도 된것처럼 머리칼을 쓸어넘기기만 했다. ...퍼페추어가 다니엘을 쫓아낸 것을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전화를 걸어온 톰은 내가 얼음여왕 행세를 계속해야만 한다고 마음이 누그러진다고 느낄때마다 '초연하고 접근할 수 없는 얼음 여왕! 초연하고 접근할 수 없는 얼음 여왕! '이라고 주문을 외우라고 충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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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한 일에 너무 신경을 쓰거나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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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 캐네스 타이넌의 부인이었고 , 아가사 크리스티의 전기작가로 유명한 캐슬린 타이넌이 글을 쓸 때 정신적인 내면의 안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는 글을 읽었다. 그런 캐슬린 타이넌 이라면 퍼페추어에게 넘겨줄 보도자료가 늦어졌을 때 정장을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러누워 줄담배를 피우거나 차가운 정종을 병째 마시거나 히스테리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화장을 하고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근에는 상황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때마다 '내면의 안정'이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하얀 린넨 드레스를 입고 꽃으로 장식된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나를 상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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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까마득하게 잊고있었다. 스물두살땐 이년 가까운 세월동안 남자친구도 없었고 이상형에 조금이라도 근접하는 남자를 만나지도 못했지만 그땐 그게 조금 곤란할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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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들어, 누군가와 진지한 관계가 되는걸 꺼리는 관계기피증이 뭐 너 혼자만의 문제인줄 알아? 나도 관계기피증에 시달린다구. 만약 네가 너 자신의 관계 기피증 문제를 치유할수 있게 된다고 해도, 내 관계 기피증 문제에 가로막히게 될거란 말야. 그때쯤이면 너무 늦었을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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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주드는 모든 여성들에겐 여신이 깃들어있다. 라는 훌륭한 책을 읽은 후였다. 그 책에 쓰여있기를 인생에는 하는 일마다 잘못되는 것 같고 모퉁이를 돌때마다 사방에서 스타트랙에서 나오는 것 같은 철문들이 철컥철컥 내려와 닫히는 것 같아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암담하기만 한 특정한 시기가 있다고 했다. 그때 폭음을 하거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대신 영웅처럼 용감하게 맞서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일이 풀리는 법이라고. 그리고 그리스 신화와 흥행에 성공한 모든 영화들에서 보듯이, 어려운 시련을 맞았을 때 겁쟁이처럼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히 맞서야 승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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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었을때는, (2년전??)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다행히) 그렇게 많이 공감할수는 없었다
이제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으니깐
다시는 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
하지만 "정신적인 내면의 안정" 이라던가 "스타트랙의 철문-" 그리고 그외에도 여러가지 -_- 로 "쫌" 재밌었어..라고 했던 책 ^^;
(근데 욕이랑 속어 진짜 많이 나옴--; 특히 영어판..B-L-O-O-D-Y같은 말이 안붙는 말이 없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