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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7 11:01

Spend a lifetime - youhanla

조회 수 634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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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nd a lifetime


                                                                           - youhanla

여름이 얼굴을 붉히며 다가와 그 이에게 말했다.

- 당신을 사랑합니다. 예전부터 쭉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당신은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모든 것을 감싸안을 만큼 넓다고 하더군요.
또 누군가는 당신이 인내할 줄 알고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는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 감사합니다.

여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제 마음을 받아주시겠습니까?

- 당신은...

그 이가 말했다.

- 미안합니다. 당신은 나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여름이 슬픈 눈으로 말했다.

- 그렇군요...

그 이가 여름의 눈을 보며 말했다.

- 미안합니다.

- 아닙니다. 당신이 싫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런데 혹시 당신은 다른 이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 실은 그렇습니다.

- 누구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 나는 가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여름입니다. 이 세상에는 당신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더 좋은 이들이 많이 있지요.

여름이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 나는 내가 여름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나는 오히려 가을 같습니다!

그 이가 조용히 말했다.

- 아닙니다. 당신은 여름이지요. 자신은 모릅니다. 자신의 눈이 스스로 자신을 볼 수는 없지요.

- 대체 당신이 기다리는 가을은 어떤 이입니까?

- 결혼식에 가면 봄은 축가를 부르고, 여름은 사회를 보고.
가을은 결혼식을 치르고 겨울은 주례를 봅니다.

여름이 고개를 떨구었다.

-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 교회에 가면 봄은 성가대를 하고, 여름은 예배 인도를 하고, 가을은 예배를 봅니다.
겨울은 설교를 하지요.

- 그럼 여름은 수다스럽다는 말입니까? 내가 그렇다는 말입니까?

그 이가 말했다.

- 당신은 결혼식 사회가, 예배인도가 수다스럽다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의 할 일을 소리내어 할 뿐이지요.

여름이 슬픈 눈으로 물었다.

- 가을이 좋습니까?

- 내겐 운명 같은 이입니다.

- 어떻게 그렇게 운명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그 이가 말했다.

- 내게는 그렇습니다.

여름이 외쳤다.

-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 이가 여름의 눈을 보며 말했다.

- 마음을 접으세요.

여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접습니까?

그 이가 조용히 말했다.

- 당신 마음의 도화지는 반쪽에만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텅 비어있는 한쪽은 내가 그리기를 거부했으니 새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 한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의 도화지를 반으로 접으세요.
그럼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던 곳에 당신이 그린 그림이 찍힐 겁니다.

- 그게 무슨 말입니까?

- 대부분의 여름은 그렇게 사랑을 하고, 또 그렇게 상처를 치유하지요.

- 나는 당신 곁에 있으면 안됩니까?

여름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미안합니다.

- 단지 내가 여름이기 때문에?

- 그렇습니다.

그 이는 슬픈 얼굴로 여름을 바라보았다.
여름이 외쳤다.

- 말이 안됩니다. 그럼 당신은 무엇입니까? 대체 이렇게 냉정한 당신은 무엇입니까?

- 나는....

- 당신은 차디찬 겨울입니까?

그 이가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 나는 계절 그 자체가 아닙니다.

- 그럼 무엇입니까?

- 내 눈동자도 내 자신을 볼 수 없습니다. 단지.

- 단지?

- 나는 가을에 속해있을 뿐입니다.

- 당신은 무엇입니까?

- 알고 싶습니까?

여름이 외쳤다.

- 네... 간절히!

그 이가 망설였다.

- 나는...


나는 가을에 떨어질 낙엽입니다.


나를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나는 이제 곧 죽어 떨어질 테고 내가 죽는 모습을 당신은 보지 못하고 떠나겠지요.

행복하세요.
그리고 나를 보러 서둘러 돌아오지 말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 같은 하나님의 눈물이 내 몸을 하얗게 덮을 겁니다.

다시 시간이 푸른 땅 위를 돌아 당신이 내게로 올 때쯤엔
그땐 더 좋은 모습으로
더 밝은 모습으로...

우리 다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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