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 & 딜레마

by 범진 posted Sep 0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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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설

**역설(逆說)[―썰] - [명사] 표현 구조상으로나 상식적으로는 모순되는 말이지만, 실질적 내용은 진리를 나타내고 있는 표현. [‘지는 것이 이기는 것.’, ‘바쁘거든 돌아서 가라.’ 따위.]**


살다보면 너무 힘들때도 있고, 뭐 이정도면 살만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그런 상태가 오락가락 하면서 살아가는 듯 하다, 나 같은 경우엔.

그 중에서 한 20달 정도?? 나를 제일 힘들게 '했던' 일.. 짝사랑.. ^^;;

예전에 "짝사랑은 가장 이기적인 사랑이다."라는 글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 (짝사랑의 종류에 따라..)

암튼, 마음을 애써 접어도 지가 알아서 펴지고~ 해서 꽤나 괴로웠었는데 이젠 상황이 변하면서, 환경이 변하면서 사그러들었다..


그리고, 난 고시생이다. 뭐 이것도 쉽지는 않다.

어찌보면 나같이 진취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는 한우물만 파면 되니까 그리고 공부가 죽을만큼 싫은게 아니니까 비교적 쉬울 수도 있긴 하지만..

제일 힘들다고 느끼는 건, 마치 내일까지 내야하는 레포트가 있는데 아직 반도 못해서 느끼는 부담감과 유사한 압박감..과 같은 마음 상태에서 3년 이상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게다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또, 부담감에 다른 하고 싶은 일들은 애써 포기하면서도 시시때때로 공부에도 전념하지 못하고 헛된 시간을 보내곤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쌓이는 것..

정말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게 뭔지 깨닫게 된다..

그런데, 왜 제목이 역설이냐 하면..

짝사랑과 고시공부 중 전자가 쪼~끔 더 힘들었다.. ^^;; 왜냐하면 아직 공부는 내가 하기에 달려있지만, 그건 안그런 것 같았으니까..

그러면서 가끔 공부하다가 지칠 때, 못마땅할 때  "그래도 짝사랑보다는 낫네.."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다.. (그리고 우습게도 위안이 됐다.. --;;)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가 역시 나를 힘들게 하는 또다른 것들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역설.. 그리고, 바라던대로 짝사랑이 희미해진 지금은 어떤 걸로 나를 위로해야 할지 새로운 고민이 생긴 또다른 역설...



2. 딜레마

**dilemma - 진퇴양난(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매우 난처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이르는 말)**


나는 나를 정말 좋아한다.. ^^;; 물론 맘에 안드는 구석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거기엔 내 성격을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하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나도 자아상이라든지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되는 경험을 많이 한다.

물론, 옛날에 "나는 완벽해!!" 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 그냥 막연하게 '물론 나에게도 문제가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다면 요즘은 '아, 이래서 이렇게 되고 이게 문제군..'이라고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 경험 중 큰 비중을 차지한 게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할 길"이란 책을 읽은 것인 듯 하다.

(이 책은 진짜 강력추천이다!! 정신과 의사인 것 같은데.. 편안하지만 도전적으로 그리고 뒷부분은 조금 크리스찬적 시각에서 썼다.)


근데, 왜 딜레마냐 하면..

성격이란 게 습관이랑은 달라서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20여년 간 살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바꾸기 힘든 점도 있겠지만 (이건 습관도 비슷하군..)

성격의 문제점이란 게 곧 장점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

예를 들면 내가 별로 감정에 날뛰지 않기 때문에 어른들한테는 점잖다 내지는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는데.. (진짜다.. ^^:;)

어려서부터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런 훈련이 되었기 때문에 진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도 나도 모르게 억제하게 된다든지..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 학교나 교회 등을 거의 1-2년마다 옮겨다니게 되면서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훈련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문인지 한 공동체에 내 모든 걸 던지지는 않고, (나도 모르게 그어논) 선 안의 것들은 내어놓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구..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구.. 암튼, 그렇다..

마치 10원짜리 동전을 1000개까지 쌓아야 되는데 한 400개 정도 쌓고 보니 밑에서 한 40번째쯤에 삐뚤게 쌓았다는 걸 발견한 느낌..

이제부터 조심만 하면 1000개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꼭 지금까지 애써 쌓아온 400개를 허물어야 되나..

그런데.. 그러다가 한참뒤에 와르르 무너지면 어쩌지..

하면서, 아직 내가 새롭게 발견한 느낌들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야 할지 고민하는 나... 음..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