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1학년 라오스, 2학년 인도네시아, 3학년 중국(요 때, 유일하게 홈페이지에 글과 사진을 못 올림 ㅠㅠ) 진료를 다녀왔었는데, 하얼빈 진료가 2007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나이 든 사람 인증하는 듯한 말이지만;; 9년 만에 다시 에셀 진료에 합류하게 되었다니 시간 흐르는 게 정말 무섭네 ㄷㄷㄷ 오랜 만에 선생님들을 뵈니 9년이라는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ㅠㅠ (선생님들께서도 나를 보고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ㅠㅠ, 반가우면서도 슬픈 상봉;;)
에셀은 1971년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학생들과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학생들이 다락방전도협회에서 모임을 가지면서 시작된 기독교 진료봉사 동아리로 여름방학 때마다 가는 해외진료는 1993년을 시작으로 올해 24번째. 울산에 있어서 매달 있는 진료를 위한 기도회와 진료준비를 위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탓에 더욱 더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본과 4학년 시절, 원내생 진료실에서 환자로 만나게 된 베트남 선교사님과의 인연(이번 선교지 선교사님을 소개해주심)으로 이번 에셀 진료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또 한 번 놀랐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연결고리 가운데, 고리 하나 정도의 역할을 맡겨주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흥미진진함!) 이번 사역지는 베트남 남쪽, 경제적 수도인 호치민시에서 남동쪽으로 120km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붕따우.
학생 때 이후로 처음 합류하게 된 진료여서 그런지 짐 싸는 고생을 안했더니 뭔가 허전하고 무임승차한 듯한 미안한 기분? 에셀 해외진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더운 날씨, 다락방에 모여 900kg에 육박하는 치과 진료 장비와 기구를 (비행기 수화물 규정에 맞게) 패킹하는 기억인데 ㅎㅎ 학생들의 이런 수고 덕분에 에셀의 진료가 가능한 것 같다.
꼼꼼하게 빠진 짐이 없나 체크. (2005년 라오스에서 비행기 기종이 작아 우리 짐의 반 정도가 도착하지 못해 진료가 지연되었던 아찔했던 기억 ㅠㅠ) 워낙 오랫동안 이렇게 어마어마한 짐을 가지고 매년 비행기를 이용하다보니 아시아나 항공에서 수화물 무게를 규정보다 2배 업그레이드로 후원해주신 덕분에 오버차지 없이 원활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아, 원활하다는 표현은 쫌 그런게 생소한 장비들이 많다보니 어디 쓰는 건지 매번 불려다녀야 하는 수고;;
5시간 정도 걸려 베트남 호치민 공항(탄손누트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 큰 짐들은 미리 준비해놓은 트럭으로, 우리는 버스를 이용해서 붕따우로 이동(2시간 정도 소요)
우리가 먹고(7층), 자고(5층), 진료하고(2층).. 베트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공간! 1성급 호텔이지만 에어컨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베트남 다녀왔는데 왜 피부가 안 탔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주로 여기 갇혀 있어서;; ㅎㅎㅎ
다음날 아침, 발코니에서 보이는 멋진 뷰. 사진 찍을 때는 맑았지만 날씨가 정말 변화 무쌍했다 +_+
유쾌하면서도 사려깊은 박경준 선생님과 룸메이트가 되어 묵었던 방. 밖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날씨지만 객실의 빵빵한 에어컨 덕분에 방에 들어올 때마다 행복했다 (베트남은 방바닥이 저렇게 타일로 이뤄져 있다고 함)
호텔 레스토랑으로 사용되는 듯한 2층 전체를 진료 장소로 사용했다. 벽에 붙어있던 현수막. 이미지가 왠 서양사람들? 진료 날짜도 오타가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치과 진료한다는 이야기.
치과진료의 특성상 장비에 대한 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봉사하러 가는 지역이 치과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이 아니라면 한계가 클 수 밖에 없다. 24년 동안 많은 분들의 지혜와 노력, 후원, 섬김이 있었기에 매년 장비 면에서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졌고, 이렇게 셋팅하는 것을 보니 내가 학생 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었다. +_+ (그래서 도와줄 수가 없음;;)
2012년부터 도입되었다는 이 이동식 덴탈 유니트는 휴대성부터 기능까지 완전 굿!
유니트의 핸드피스를 돌리기 위한 컴프레서와 석션 장비.
그리고 장비들을 연결하기 위한 배관 작업. 맥가이버 이민형 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준비 과정이 가능했다.
근관치료를 위한 재료부터 충치치료를 위한 재료들도 많이 업데이트 되었네. (아말감은 이제 없어지고, 레진과 GI, 여러 종류의 본딩, 광중합형 베이스 라이너, 심지어 MTA도 있어서 적응증의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었다)
주방을 소독을 위한 장소로 활용. 사용한 기구들을 씻어서 포터블 사이즈의 오토클레이브 2대를 쉬지 않고 돌리고, 패킹하는 수고를 학생들과 선생님들 자녀들이 맡아주었다.
요건 이번에 새로 구입한 스케일러라고~
포터블 엑스레이 광원으로 필름을 일일이 현상해서 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본과 1,2학년 때 열심히 필름을 현상하던 기억;;), 2007년 중국 진료부터 선배님들의 디지털 센서 후원으로 바로바로 컴퓨터 상에서 엑스레이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2014년 부터는 무선 공유기를 이용해서 술자들이 가져온 아이패드와 연결하여 엑스레이를 확인하며 진료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지고, 체어 타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라이트도 예전에는 일반 백열전구(이동 중에 깨지는 경우가 많아 여분을 넉넉히 챙기는 게 포인트;;)를 사용했었는데 LED 전구에,
조절이 편리한 스탠드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에 이렇게 진료환경이 좋아졌구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사진에 담았다.
자, 이제 진료 준비 완료!
오프닝 세레모니. 공산주의 국가다 보니 이런 의식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진료 나절 마다 역할이 계속 바뀌긴 했지만 제일 주력으로 했던 보존 파트 내 자리. 유니트가 구형이라 조금 불편했지만 쓸만 했고, 근관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쓰고 있는 나이타이 엔진과 파일들을 가져와서 사용했다.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선교의 자유는 없는 나라이기에 만나게 될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몸짓, 표정 하나에도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가 느껴질 수 있기를 기도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밀렸던 스케쥴까지 소화하다보니 더 베트남이 그리운 것 같기도 하고 ㅎㅎ To be continued..
Canon 5D mark 2 + EF 24-70L II + EF 17-40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