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여행을 계획하면서 제일 가볼만한 곳으로 보리암(이성계가 조선건국을 위해 백일기도를 했다는 곳)을 생각했었는데 요 꼬맹이들 데리고 가기에는 힘들다고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독일마을로 향했다. 남쪽 끄트머리에 왠 독일마을? 찾아보니 1960년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가난했던 시기, 독일로 파견되었던 광부, 간호사들이 은퇴 후 귀국하여 정착한 마을이라고.
남해 독일마을,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
건축자재부터 독일에서 공수해서 그 나라 분위기가 느껴지게 기획된 작은 마을이었고, 주민들이 사는 집도 있고, 펜션, 까페, 파독전시관, 기념품샵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제일 눈에 들어오는 까페에 들어왔는데 건물 내에 천연잔디가 깔려있고 저렇게 편한 의자에서 전망을 즐길 수 있게 꾸며놓아 신선했다. (저 빨간 쇼파 언제 한 번 앉아보나 노리고 있었는데 안 일어나시데 ㅠㅠ)
쿤스트라운지,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독일로 34, 070-4111-4058
좋은 날씨, 멋찐 분위기의 까페에서 시원한 커피. (아내님의 맥주 사랑;;)
보도블럭을 독일국기 색으로 포인트를 준 디테일도 좋고, 이국적인 분위기도 좋고, 자다 일어나 찡찡거리는 백유진만 문제 ^^; (평소엔 엄청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거부)
워낙 백유진씨 협조도가 떨어져서 그 다음 일정을 어떻게 해야하나 하다가 계획에는 없던 나비&더테마파크를 찾았다. 처음엔 나비생태공원으로 시작한 것 같은데 여기저기 3D 트릭아트도 있고, 이제는 움직이는 공룡들이 더 주가 되는 것 같은, 편의점처럼 없는 게 없는 테마파크;;
나비&더테마파크(나비생태공원),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금암로 562-23
테마파크 안에 설치된 작은 기차를 타고 건물 내를 한번 쭉 돌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 백유진씨 눈높이에는 적당한 것 같고, 우리는 입장료에 마음이 쓰리고;;
작년 백이안씨의 장래희망이었던 공룡. 알에서 다시 태어나면서 꿈을 이루신듯;; 움직이는 공룡들 덕분에 미간에 주름이 가득했던 백유진씨가 '공~ 공~(아직도 단어의 한음절만 이야기함;;)' 하며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심지어 이런 펀치기계까지 있다! 백민재는 삼촌 노릇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번 여행 조카들에게 존재감을 얻게 됨. 여행 내내 식사비를 모두 책임지는 역할도 쌩큐!
리조트 안에 있는 브리즈에서 조식과 저녁까지 해결하기. 백유진씨는 여전히 식사 거부;; 먹으랄 때는 안 먹고, 몰래 싸온 음식은 숙소에서 허겁지겁 먹고;; -_-
삼촌이 저기서 같이 놀아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화도 시킬 겸 리조트 안 자그마한 놀이시설(키즈파라다이스).
숙박권에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어서 남자 다섯(할아버지, 아빠, 삼촌, 꼬맹이 둘)이 함께 사우나에 다녀왔다. RR이야 워낙 좋아하지만 나는 평생 공중목욕탕에 몇번 안가본 사람이기도 하고, 뜨거운 물에 들어가 있는 것도 별로라 사우나까지 가서 이안&유진이랑 샤워만 하고 돌아왔네 ㅎㅎ
다음날 아침 수많은 감정의 기복 중에 up에 해당되는 이쁜 백유진씨 상태;; 카카오톡 캐릭터 중에 튜브(오리)를 닮았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은 특히 오른쪽 하단에 저 모습이랑 비슷했던 것 같다;;
푹 잘 잤나보지? 흥에 겨워 춤도 추고 ㅎㅎ 애교도 딸 못지 않은 것 같다고 우리 부부는 믿고 있다. (삐치고 토라지는 것도 못지 않을 듯;;)
생각해보니 단체사진이 없어서 마지막날 급 여러장 찍기;; 백이안씨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랑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 사진을 보니 웃는 모습이 많이 비슷하네~ ㅎㅎ
체크아웃을 하고 남해읍에 있는 교회로 예배드리러 가기 전에 이쁜 부두에서 바람쐬기. 바다 내음도 좋고(바다바람이 너무 쎘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수평선도 좋다. 킥보드 타기 딱이네.
부모님이 비행기 타시기 위해 여수공항으로 가는 길을 지도상에서 찾아보니 광양, 순천을 거쳐가면 좋을 것 같아서 점심은 광양불고기를 먹어보기로 했다. 수요미식회, 불고기 편에서 소개되었던 집.
삼대광양불고기집,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 서천1길 52, 061-763-9250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서울식, 언양식, 광양식 불고기 중에 언양식이야 워낙 울산 근처(기와집, 굿!)라 몇 번 먹어봤고, 광양식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얇은 고기를 양념에 푹 재워두지 않아서인지 담백하면서 부드럽고, 숯불에 구워(불고기란 이름 답게) 불맛이 좋았다.
광양에서 30분 거리의 순천만국가정원. 예전에 해남에 있을 때만 해도 순천에 이런 곳이 없었는데~(언제쩍 얘기;;)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잘 꾸며놓았다.
순천만국가정원, 전라남도 순천시 남승룡로 66, http://www.scgardens.or.kr/
동문쪽, 서문쪽 크게 두 단지로 나뉘어져있던데 서문쪽에 야생동물원과 한국정원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다 갔네 @_@ 몇 군데 못갔지만 그 중 한국정원 분위기가 좋았다!
이 분위기. 한복이라도 입고 왔어야 했나 ㅎㅎ 귀여운 녀석들. 우리 엄마처럼 나도 두 아들을 키우다 보니 알게 되는 건, 이안&유진이 덕분에 행복한
순간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자녀 양육은: 희생하고 헌신하고 섬겨야 하는 수고와 내 안에 연약함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긴 여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사하게도 나는 우리 엄마 덕분에 몸도 마음도 꽤 건강하게 자란 것 같고,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아내와 아이들에게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많이 부족하긴 해도)도 엄마 덕이 큰 것 같다. 쉽지 않은 부모로서의 여정을 하나님 말씀 안에서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 직접 말로 하진 못했고 ^^; 진심을 담아 글로 표현해서 드렸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던데, 진작에 할머니가 되었고 어느새 환갑이긴 해도 아직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가지고 살아갈 날이 엄청 많이 남은 셈이니 앞으로 건강하게(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비행기 타러 가겠다고 떼쓸 정도로 할머니가 좋은 백이안씨 생각해서 ^^) 그리고 활력 있고 의미 있게 지낼 수 있었으면!
SONY A7 II + Voigtlander Heliar 15mm + Carl Zeiss Sonnar T* 55mm